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15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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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16 ㅣ No.98

10:00 - 계단공사의 일환인 한전 고압선 매설 작업이 시작되었다.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굴착기 2대와 도로 커팅작업이 굉음을

      울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계성여고에 전화로 소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11:00 - 민노총 쟁의국장과 금속연맹, 푸른학교 대표와 만났다.

      현재 성당에서 공사관계(한전작업은 폭 120cm, 깊이 120cm를 파는 작업)와 천막으로

      인해 40대 정도의 차량주차가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천막농성과 관련된 상시 주차

      차량 10여대를 회관주차장으로 이동시켜 달라는 요구를 했다. 성당마당의 주차는 무료

      이다. 성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주차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관은 유료

      주차장이다. 이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성당을 찾는 신자들의 차량이 회관으로 가게

      되고 주차비를 내는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최소

      화 하기 위한 조취인 샘이다. 지난 지하철 노조들이 성당마당에 천막을 침으로서

      발생한 주차문제는 지하철 노조가 주차비를 대납해 줌으로써 해결되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것도 아니다. 그러니 천막농성과 관련된 차량들이 주차비를 내고 주차해야

      한다는 신자들의 요구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모두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11:30 - 민노총 단식투쟁에 대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공안검찰 개입 의혹이 짙은 금속사업장 20여곳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총40쪽 분량의 유인물이 있지만 게시가 곤란해 아직은 게시하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조속한 시일 내로 게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3:30 - 범국민전국연합 30여명이 집회를 갖는다.

      "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과 8.15 통일축전을 위한 제 단체 각계인사 간담회"를

      외치고 있다. 유니텔에 띠운 공문상에는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전원 석방, 용정

      문익환 목사 회고모임 참가 대표단의 조속한 석방등의 요구를 들고 명동성당에서

      일정기간 천막농성에 돌입 한다는 내용이다.

        성당마당에서 천막작업이 시작되었다. 천막작업을 일시 중단시키고 대표자를

      만나자고 했다. 천막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다른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대표자는 없고

      또다시 천막작업이 계속된다. "어떻게 말해야 알아듣겠느냐고" 항의를 했다. 대표자를

      만나고 대화한 후에 작업을 해도 되지 않느냐는 항의에 또다시 일시 중단되었다.

        향린교회 홍목사께 전화를 걸어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홍목사께서는 막무가내로

      천막을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데 동의를 한다면서도 전국연합의 대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목사께서도 관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국연합은 내부갈등으로

      지도부가 갈라졌다는 내용이었다.

 

15:00 - 전국연합의 집회가 끝나자 대표 3명이 찾아왔다.

      두 명은 초면이고, 한명은 지난번 홍 목사와 함께 공사관계로 범민련, 한총련,

      민권공대위, 푸른학교 천막 등을 철수하는 문제로 상의를 했던 4명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때 이미 성당의 사정에 대해 서로 이해를 했고 서로 최대한 협조를

      하면서 공사가 빨리 마무리되록 하자는데 합의를 한후, 신변보호 요청을 한 사전영장

      발부자를 제외하곤 모두 철수하기로 해,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공사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천막을 설치하면 어떻하느

      냐?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면서 어떻게 재야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항의를 하자, 잘

      알았다고 답변을 하고는 갔다.

        그런데 이건 또 뭔일인가? 또 다시 천막을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게 도대체 무엇하는 짓이냐고 강하게 항의를 하자, 아까 대표님게서 천막을 설치해도

      좋다는 허락이 있었으니 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번 지하철 노조가 밀고 들어와 천막을 칠 때, 따라들어와 그때도 지금처럼 마무가

      내로 천막을 설치했었다. 또 그전에도..... 수 없이 대화를 나누어도 그때마다 늘 다른

      태도로 일단 천막을 치면 성당에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해왔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천막을 설치하면 수 없이 많은 다툼이 있어왔고 그

      과정에서 번번히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천막농성에 대해 성당입장에서는 반대를 해오게

      된 것이다. 그 결과가 정말 천막농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마저 불신을 받게되었다.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꼭 필요한 운동이라도 자신들의 일을 위해 어떤방법이든

      다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자신들의 적대세력들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어떻게 정의를 부르짖을 수 있을까?

        결국 실무자라는 사람과 다시 이야기를 했고 용정을 다녀와 출두명령을 받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하니 그에 대한 배려로 한총련에 양해를 구해 함께

      천막을 쓰도록 조취하겠고, 두 사람을 돌보기 위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않는 밤에 간이천막을 치고 아침에는 간이천막을 걷는다는 합의를

      했다.

 

        참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어떤땐 정말 이들이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인가 의심이 가기도한다.

      그러다 도리질을 하면서 믿어보자고 수없이 다짐을 하고 또 대화를 나누어도

      번번히 약속을 깨뜨리는 모습에 상처를 받아 가슴이 아프다.

        하느님!

      그렇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 어렵습니까?

      하지만 또 믿어보죠. 당신이 만든 사람, 당신을 닮은 사람이 아닙니까?

      당신은 신실하시고 언제나 항구하신 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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