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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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sso-long] 쪽지 캡슐

2000-10-27 ㅣ No.4982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부드러운 머리카락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도톰한 입술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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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게 있지요.

보답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숙하므로

새로운 기쁨을 찾아내 나누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깊이 하고, 마음을 맑히느라고 애쓰지 않겠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풍성한 햇살 속에

택시 대신 꼭 버스를 타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햇살을 받고,

창문을 통해 자연의 표정을 대할 때마다

많이 놀라겠습니다.

 

100일이 지난것이 아니라

100번의 시작을 했을 뿐입니다.

 

좋은하루

 

시를 사랑하는 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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