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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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부드러운 머리카락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도톰한 입술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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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게 있지요. 보답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숙하므로 새로운 기쁨을 찾아내 나누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깊이 하고, 마음을 맑히느라고 애쓰지 않겠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풍성한 햇살 속에 택시 대신 꼭 버스를 타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햇살을 받고, 창문을 통해 자연의 표정을 대할 때마다 많이 놀라겠습니다.
100일이 지난것이 아니라 100번의 시작을 했을 뿐입니다.
좋은하루
시를 사랑하는 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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