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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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순 신부님의 시입니다. 하지만 못난 신부나 잘난 신자나 너나 할 것 없이 이렇게 받으시옵소서 하고 바치지는 않고 모두 껴앉고 주저앉아 있으니. 아 참... 하느님께서 맞겨주신 것들을 다시 겸손되이 바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름다운 시,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봉헌의 마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과욕을 부렸습니다. 쓸데없는 과소비와 과시.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겠지요? 그래도 죄송하네요.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황금과 몰약은 아니더라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 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갊아드는 세월에 삶이 비록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늙을 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도로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연원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몸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하오리까,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하오리까.
님께 바칠 내 것이라곤 이밖에 또 없사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이 믿음 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 같은 내 죄 눈 같이 희어지리다.
진흙 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처럼 빛나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