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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사설] 집단이기주의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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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cosma] 쪽지 캡슐

2007-09-03 ㅣ No.3429

집단이기주의 너무 심하다

 [한겨례] 사설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동호정보공업고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예고에 따라 오는 2010년 문을 닫게 됐다. 15년간 졸업생 6천명을 배출한 이 학교의 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학교 인근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내면서부터다. 3년 전부터 추진된 두 차례의 이전 시도는 공고가 옮겨 오는 것을 꺼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탓에 무산됐다. 대신에 학교를 마포구 아현동 아현산업정보학교에 통합시켜 서울방송문화고로 만드는 방안이 마련돼 준비까지 거의 마쳤지만, 이번엔 아현동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시교육청은 아예 학교를 없애기로 했다. 애꿎은 학교 하나가 주민 민원에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다 없어지게 된 셈이다. 작든 크든 꿈을 키워온 학생들의 소망도 짓밟히게 됐다. 시교육청의 무원칙도 문제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시설이라고, 또는 집값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마구 내친 이곳저곳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워해야 할 모습은 또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은 지난달 열대야 말고도 확성기 소리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인근 태릉성당의 지하 납골당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새벽 서너시까지 확성기로 음악을 틀어대며 시위를 벌인 탓이다. 이유가 뭐든 상식과 절도를 벗어난 행태다. 반대 주민들은 납골당이 들어서면 자녀 교육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막무가내식 행동이 오히려 비교육적이다. 충남 공주나 경기 용인 등에서도 추모공원이나 장례문화센터 건립이 주민들과의 갈등 탓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집값 걱정이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2010년이면 화장률이 7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화장장이나 납골당 건립이 막히게 되면 공동체 전체가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

내 집 주변에 ‘기피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몇몇 지역처럼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 외엔 어떤 것도 못 받아들이겠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집단이기주의가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법원은 얼마 전 납골당 문제에 대해 “공익적 시설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익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런 원칙과 함께 갈등을 조정할 기구나 시스템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기사등록 : 2007-09-02 오후 06:19:05      한겨레 (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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