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4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동생 베드로신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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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륭 [ocdyang] 쪽지 캡슐

1999-10-15 ㅣ No.35

+ 주님께 영광과 찬미를!

 

사랑하는 나의 동생 장욱이, 어렸을 때는 베드로라고만 불렀지.

이제는 한 본당을 책임져야하는 사목자로서,

큰 짐을 어깨에 메고 맡겨진 양떼를 하느님께로 인도해야하는 본당신부, 주임사제, 거룩한 탁덕,

 

수도원에서만 사는 나는 잘 모르오. 그 차이를, 본당신부와 보좌신부와의 - - -

아마도 신자들의 성덕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달렸는가가 그 차이이겠지.

 

큰 형이 띠운 메일을 보고 난 당황했다오.

동생인 베드로 신부에게 큰 형이 보낸 그 격려와 존경의 글 - - -

그렇다면 지금까지 난 형이랍시고 베드로 신부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 비록 막내 형이긴 하지만 - - -

단지 먼저 세상에 빛을 보고 그것으로 장유유서의 위치만을 고집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아니 어렸을 때는 무던히도 베드로 신부를 괴롭혔던 걸로 기억되오.

아마도 나로 인해서 받은 상처도 많았겠지.

몇년 전에 우리의 사랑스런 조카 도비아가 내게 귀뜸해 주었소. 베드로 신부가 어렸을 때 내게 받은 상처가 많았다는 것을 - - -

스키장으로 본당 청년들과 함께 가서, 나눔의 시간에 그것을 고백하였다고 했던가!

 

이제껏 사과할 기회도 없었고, 아니 기회야 많았으리라 보오. 단지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는 합리화 속에서 나를 변호하면서 살았다 보는 것이 옳겠지. 우리 인생사를 볼 때,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바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즉 부모 형제들이라고 하오. 특히 어렸을 때 부모와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사건들은 우리의 가치를, 즉 인간 존재자체로서 가치를 왜곡, 왜소하게 만들었고 또 조건적인 사랑만을 경험하였기에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의미를 결코 깨닫을 수 없었던 것 같소.

 

사과 그리고 용서, 이 용서는 상처의 가장 강력한 치유제임을 베드로 신부는 알리라 보오. 본당신부로서 한 본당의 책임자로서 단 한명의 양도 빠뜨림없이 모두에게 그리스도의 손길을 베푸는 거룩한 사제되길 바라며 나의 지난날의 사과와 함께 마지막 글을 선물로 드리고 싶소. "아무 생각없이 던진 돌맹이 하나가 연못 속의 개구리를 죽인다."  

 

말 한마디에도 묻어나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사제되기를 바라며 - - -

 

 

                     인천 계양산 기슭, 가르멜 수도원에서 형 도미니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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