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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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용 [20autumn] 쪽지 캡슐

1999-09-29 ㅣ No.289

<우선 이 응암동 전체의 공간에 일부 사람들의 화두를 사용하는 점에 대해 응암동 네티즌께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그렇습니다. 항상 "말"이 문제입니다. 이 "말"이라는 놈은 우리의 상황과 판단력을 교묘하게 구워삶지요. 거무퇴퇴하고 빵빵하게 구워삶은 요리를 보시죠.

 

  시커먼 가마솥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불쌍한 영혼 주변으로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그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어떤 희안하고 shocking하게 와닿는 요리를 만들지 상의합니다.

   "이건 어떨까?"

   "아냐, 저걸 넣어봐. 저게 더 재밌고 효과적(?)일꺼야"

   "죽이되든 밥이되든 만들고 보자구. 근데 어떤 요리가 완성(?)될지도 상당히   

   궁금하지 않니?"

   "이것도 넣어봐."

   "이것도."

   "내 것도 넣어봐."...

  그러다가 무슨일이든 손바닥 뒤집듯 하는 사람이 그 즐거운 요리시간을 엎었습니다. 자연스레 그 속에서 온갖 양념 범벅이 된 영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미 그에게선 자극적인 양념 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영혼은 생각해 봅니다. 도대체 이 냄새는 어디서부터 오는 건지. 그래. 이건 "사람들"짓이다.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 때의 그 "사람들"은 이미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냥 그 영혼 주위에는 낮익은 동료들과 어른들과 아이들이 언제나처럼 있군요.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딜가면 찾을 수 있나요? ...아무도 대답하질 않으려는군요. 자극적인 양념냄새가 가시려면 시간이 꽤 걸릴거라던데...

  앗, 저기 그 "사람들"이 있네요.  뭐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데요. "우리도 사실 이 상황에 놀아난거야∼"...

 

  그렇습니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그 "사람들"과 그들이 뱉어낸 "말"들은 아직 무성합니다. 반면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하며 핵이나 원인 따위의 건더기를 건져 내려는 일은 사그러 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상황을 눈여겨 보며 "재탕"해 보려는 마음들입니다. 혹,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지나간 일들에 대한 씹을 거리를 잘근대고 있는 것 자체로도 새로운 요리를 계획하려는 움직임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제가 이틀전에 올렸던 글을 통해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이 보이지 않는 어떤 사악한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느낌이다』라고 말씀드린 것은 "우리"가 내뱉었던 독설을 무마시키고 발뺌을 해보려 했던게 결코 아닙니다. 그 상황엔 항상 우리가 있었다는 건 누구나 다 뻔히 아는 사실이지요.  그 뻔한 사실들을 다시 들추고 꺼내서 흔들어보이기엔 우린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지 몰라요.  문제는 만신창이의 머릿속 한켠에 한자리 하게될 "불감증"이라는 놈입니다.

  고양이와 쥐의 소란을 지켜보던 현자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하다가 현명하게 쥐에게 쥐약을 먹이는게 낫다고 판단하지요. 하루 3식 이후 꼬박 꼬박 적당량의 쥐약을 쥐에게 먹인다면 쥐가 한 번에 죽지는 않더라도 소란을 피우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에서요. 하지만 그 역반응으로 그 쥐의 몸속엔 내성이 생겨서 쥐는 쥐약 time을 의례히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정말 필요하다고 느낄 때 가끔씩 약을 쳐야 효과가 있습니다. 약봉지를 쥔 현자의 손이 무색하지 않도록...

 

  예전에 "사람들"이 뛰놀던 그라운드에 무성히 자라난 잡초를 잡으려 제초제를 자꾸 뿌리다보니 그 제초제가 이젠 우리의 예리한 코와 목을 잡겠군요. 만신창이의 가슴으로 난 구멍으로 간과 쓸개를 빼보며 상태를 확인하십니까?

 

  정말 이런 얘기로 우리 진을 빼지 맙시다. "혀" 잡으려다가 "사람" 잡습니다. 다시 한 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상황이 난잡하다 싶을 때  품에 있던 거울을 꺼내어 자기 자신을 찬찬히 뜯어봅시다. 귀는 일본 방송의 전파 잡는 그릇마냥 커져있고, 눈은 불쑥 튀어나와, 있고 혀는 입 밖으로 나와 산 미꾸라지마냥 뛰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화이부동"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잘 다스리는 일이 현실을 구하는 소극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아이러니한 대처방안이죠. 역시 저의 의견에 기탄과 격려 바랍니다.(한 번 시작한 일이니...)

 

덧붙임 : 메세지를 나름대로 잘 전달하려다 보니 극적인 비유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나은 우리를 위해 올려보는 글임은 자부하지만 이 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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