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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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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준 [ksj2415] 쪽지 캡슐

2013-07-03 ㅣ No.248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 상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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