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5주일(나해) 요한 15,1-8; ‘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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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4-12 ㅣ No.5738

부활 제5주일(나해) 요한 15,1-8; ‘24/04/28

 

 

 

 

 

산책을 하다보면 길가에 나무가 많습니다. 나무들은 보기도 좋고 마음도 가라앉혀 주고, 산소도 많이 줘서 정말 좋습니다. 이 봄날엔 더욱 더 그 나뭇잎 색깔이 여러 가지로 빛이 나고, 햇빛을 받는 부위마다 색이 다르게 반사하여 신비한 마음마저 들게 합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나무는 죽은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가지는 나무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것도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그 나뭇가지가 자기 스스로 나무에서 분리되고 벗어나고 싶어서 땅에 떨어진 것도 아닐 텐데 아쉽습니다. 나무에 나뭇가지가 달려 있을 땐, 보기도 좋고 열매도 맺을 수 있지만, 나무와 떨어져 땅에 굴러다닐 땐 그저 쓰레기처럼 보이고 아무 쓸 데 없어 보입니다.

 

그 나뭇가지가 영양분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떨어질 수도 있겠고,

누군가 지나가면서 뜯어냈을 수도 있겠고,

새 같은 자연적이고 번개 같은 물리적인 힘이 그 나뭇가지를 나무에서 떨어뜨릴 수도 있겠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스스로를 죄인들의 교회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에는 주 예수님이신 진리를 간직하고 있지만, 그 신자들은 그 진리를 얻고 지키려고 노력하기 위해 모인 것이지, 그 교회에 모인 모든 이가 진리를 살지 못하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죄를 짓고 통회하고 반성하고 다시 주님의 축복을 받으러 모이기 때문에 죄인들의 교회라고 고백합니다.

 

성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성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가 성당에 나오던 때만큼 또는 꾸준히 성당에 열심히 나올 때에 얻을 수 있는 만큼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 열매가 종교적인 것이든, 신앙적인 것이든, 인간적인 것이든, 현실적인 것이든.

 

예수님께 기도만 하는 것만으로는 온전치 않고, 예수님께서 세우신 제자 공동체인 교회에 함께 할 때 비로소 믿는 이로서 누릴 수 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다 우스워 보이고, 다 어리석어 보이고, 다 비난 받을 사람으로 보여도, 그 사람들을 탓하면서 떠날 때, 나는 떨어져 나간 가지처럼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또 떠나는 사람을 더 이상 끌어안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사람으로서의 부끄러움으로 주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6)

 

어떤 가게에 또 가보면, 분리되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화라고도 하는데, 나뭇가지를 필요에 따라 나무 이쪽에 이렇게 붙이고, 저쪽에 저렇게 붙이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크기와 모습을 사람 마음대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산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곳에서는 생나무 대신 장식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생명력이 없어 죽은 나무처럼 보입니다. 아니 모양만 나무지 살아있는 나무처럼 나무의 역할을 다하지 못합니다.

 

좋은 열매를 맺는 가지가 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햇빛과 물과 좋은 땅이 필요한 것처럼 신앙도 그렇습니다. 성당에 나온다고 다 예수님과 붙어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좋은 마음으로 성당에 나와 좋은 분들과 함께 주님과 일치하여 아버지의 영광이 드러나는 공동체를 이루어야 하겠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열매를 맺도록 도와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성당에 옵니까?

나는 남이 믿고 의지할 만한 좋은 분입니까?

설사 내가 그렇지 못하고 심지어는 양심의 가책이 되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스스로 좋은 마음을 가지고, 그야말로 좋은 분이 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씩 매일 노력합시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해주시고 새 사람으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이 우리를 단죄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보다 크시고 또 모든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3,20)

 

예수님께서 오늘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사도 요한은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이렇게 우리에게 전합니다.

우리가 청하는 것은 다 그분에게서 받게 됩니다. 우리가 그분의 계명을 지키고 그분 마음에 드는 것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1요한 3,22-23)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3,24)라는 말씀대로, 우리 안에 주님을 모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요한 15,8)라고 하신 말씀이 우리를 통해 이루어지게 합시다.

 

우리 인간들의 질투와 미움과 얽히고설킨 원망을 짊어지시고, 돌아가시면서 우리 죄를 씻어주시고, 부활하셔서 우리 앞에 서신 주님께, 겸손되이 나 스스로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새 생명을 받아, 서로 사랑하여 이 땅에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냅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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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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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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