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모의 밤 요한 2,1-11; ’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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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4-30 ㅣ No.5759

성모의 밤 요한 2,1-11; ’24/05/18

 

 

 

 

말씀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 2,1-11)

2 1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2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3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4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6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7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8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9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10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11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가끔 되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반 신자들의 청원은 사리판단을 거쳐 빨리 거절(?)하기도 하는데, 수도자들의 청은 거절하기 참 어렵습니다. 신자들은 그 청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이들이고, 수도자들은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이들이 아니어서 그럴까? 수도자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없는데도, 그것으로 인하여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자들의 어려움을 사제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어머니 마리아는 가족과 함께 카나의 혼인잔치에 가십니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도 부모님과 함께 그 잔치에 초대받아 가십니다. 그런데 흥겨운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그러자 어머니 마리아는 지체없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합니다.

포도주가 없구나.”(요한 2,3)

왜 마리아는 아들 예수에게 이런 말을 하실까? 성경에 나오는 공식적인 예수님의 첫 기적 이야기는 이 카나의 혼인잔치이지만, 아마도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는 처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면서 뭔가 떨어졌을 때, 급박하게 무엇인가 필요할 때,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때, 어머니를 도와 남모르게 기적을 베푸셨으리라. 그러기에 어머니는 아들 예수에게 넌지시, 그렇지만 아들이 어머니의 청을 꼭 들어주시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부탁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처럼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께 알리고, 주님의 처분을 기다립니다.

주님, 저희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생겼습니다. 함께해주시고 지켜주소서.’

주님, 저희 동료에게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지켜주시고, 도와주소서.’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 굽어보시고 헤아려주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우리가 성모송을 바치며 비는 청원입니다. 어머니는 늘 부족하고 부당한 우리를 위하여 주 예수님께 대신 청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내켜 하지 않으시면서도 기꺼이 어머니의 청을 들어주셨음을 우리는 이 카나의 기적 이야기에서 봅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4)

예수님께서는 포도주를 채워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마셨으면 되었지, 얼마나 더 마시려고 하느냐?’고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적을 뭔가 건설적이고 교육적이거나 사람을 살릴 때 써야지, 먹고 마시는 데 낭비하면 안 된다.’고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차갑게 거절하지는 않으십니다. 그냥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계속 요구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어머니는 미동도 하지 않으며, 주저하는 아들에게 마지막 압력을 넣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5)

특혜와 부패로 얼룩진 세상을 겪으며 기대하는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의 청이라 그런지 끝내 내치지 않으십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어쩌면 예수님은 편견과 차별을 가지고 계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만일 어머니 마리아가 아닌 베드로나 다른 제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 마르 8,33)라고 불같은 호령을 내며 내치셨을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어머니의 청을 어머니가 원하시는 방법대로 들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우도록 하고,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라고 하셨습니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9-10) 물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준 일꾼들은 과방장이 놀라고 흡족해하는 것을 보고 아주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기적을 나르는 손과 발길이 얼마나 날아갈 듯 신이 났을까 그려집니다. 신비를 경험하고 전하는 이들의 기쁨은 진정 복음의 기쁨입니다. 자신이 느끼고 체험한 신앙의 신비와 그 신비를 접함으로써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은 기쁨을 형제들과 나눌 때의 기쁨이 바로 이 기쁨일까? 자신의 통장에 쌓여지는 액수나 승진과는 또 다른 의미의 기쁨이 복음의 기쁨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11) 어머니 마리아가 없었더라면,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께 알리지 않았더라면,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촉구하지 않았더라면, 예수님의 공적인 기적은 다음 기회, 다른 경우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기적과 예수님의 때를 앞당기는 촉진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아들 예수의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알리시는 계기를 촉발하셨습니다. 어머니 마리아로 말미암아 제자들은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믿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오늘 이 성모의 밤에, 제단에 우리의 마음과 꽃을 봉헌하고, 주님의 사랑으로 축복을 받은 꽃을 도로 받아,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주님의 사랑을 나누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성모 마리아처럼 믿음의 촉진자가 되기로 합시다.

평소엔 우리가 우라 자신을 위해 살지만, 성모님을 기리는 오늘만큼은 주님 대전에 바친 좋은 것, 귀한 것을 주님과 성모님의 이름으로 어려운 형제자매들과 나누면서,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을 주님의 사랑이 흘러넘치는 영적 성모 동산으로 만들기로 합시다.

귀하고 좋은 것을 이웃과 나누려고 할 때, 마음 한쪽으로는 아깝고 아쉽고 허전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실제로 나누게 되면, 우리 가슴 속엔 인격적인 뿌듯함과 아울러, 우리가 나눈 만큼 몇 배의 주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채워지며,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으로, 주님과 함께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지는, 참 기쁨과 참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인간 삶의 아쉬움을 채워주시고 축복해 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어머니의 청을 받아들여 인간의 필요를 충족해 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우리의 어려움을 굽어보시고 주님께 대신 간구해 주시는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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