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둘씩 짝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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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2-05 ㅣ No.1161

오랜만에 어떤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가까운데 있는데도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다가 큰 맘 먹고 친구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걸어서 20분도 안걸리는 곳인데 왜그렇게 찾기가 힘들었는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너무 가깝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가까운데도 한번 찾지 않은 나의 무심함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친구는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나를 만나주었습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책에서 가까운 친구 혹은 지인이 얼마나 되냐고 묻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정말 마음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되나? 한명, 두명, 세명, 이렇게 셈해가다가 생각보다 너무 적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 삼십 몇년의 인생에 이렇게 쌓아논 재산이 없었단 말인가, 무엇보다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일터인데, 손꼽히는 숫자에 허무함도 들었습니다.

 

내일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벌씩 껴입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갑에 용돈도 있고 갈아신을 신발도 많고, 속옷도 물론 많은 데다가 껴입을 필요도 없이 따뜻한 겉옷도 여럿있고.....

 

부끄럽게도 예수님의 가르치심과는 대단히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제 모습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함께 파견된 여러 사람들은 외면하고 살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사실 나와 함께 보내진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귀하고, 무엇보다도 많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잊고 살았습니다.

 

이글을 읽고 계신 분들!

여러분들은 모두 저와 함께 파견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돈보다 신발보다 속옷보다 한층 귀중한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들이지요.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무엇보다 귀한 나의 파트너라는 것을.

 

그리고 여러분들도 가까이에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파견된 사람들을 잘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일보다, 가지고 있는 재산보다, 쌓아논 지식보다 훨씬 훨씬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 바로 여러분의 옆에 있는 배우자요, 자식이요, 친구요, 동료요, 이웃들이니까요.

 

예수님이 다른 무엇도 지니지 못하게 하면서 둘씩 짝지어 보내신 파견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도록 노력해야하겠습니다. 정말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있을때 잘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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