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12월 2일 교중미사를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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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1-12-04 ㅣ No.7599

대림 1주일이었던가요.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첫 주였습니다.  마침 우리본당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수녀님께서 준비하신 작은 피정도 있어서리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한 주였습니다. 평소에도 교중미사를 드리는 저로서는 피정때에 금호동 청년들과 함께하는 자리여서 좋았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모습안에서 이런 것이 공동체로구나. 비록 참가하신 분들 한 분 한 분을 제가 잘 모른다 하여도 말입니다^^;;

 

주일 미사 강론 때에 그 때 미사 참례하신 분들은 모두 느끼셨겠지만, 너무나 마음 아픈 시간이었습니다.ㅠ.ㅠ;; 저야 뭐 이름없는 일개 신자에 불과하지만, 따라서 사목회의 활동이나 신부님의 일하시는 방식들에 대해서 별로 부딪힐 일도 없는 사람입니다만, 어떤 사안에 대한 저의 입장을 이런 자리를 통해서나마 밝힐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본당 신부님을 위한 기도가 부족한게야 혹은 사제에 대한 공경의 예가 부족하다는 말 몇 마디 내비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단편적인 말보다는 사제에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금호동 본당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지만,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4-5년 전부터는 여기 말고 다른 본당에서 미사도 드리고 자그마한 활동도 그 성당에서 했습니다. 활동하는 단체의 임원도 아니어서 그저 왔다갔다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디 사람사는 데가 다 그렇듯이 공개적으로는 아니었어도, 술자리같은데서는 임기중에 계시는 신부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교수신부라 너무 권위적이다. 수도자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등 사제나 수도자가 평신도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으니까요.

 

 그치만 이런 시끄러운 말들 속에 단 한마디 일침을 가하는 소리가 있었으니,우리 마르꼬 봉사자의 말이었습니다.< 사제는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 제사를 지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친히 뽑아 세우신 사람이다. 사제가 잘 하면 좋지만 개신교 목사처럼 강론을 잘 할 필요도 없다. 청렴하면 혹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착하거나 등등 여러가지 미덕을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제가 사목활동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고 그 외의 것들-스포츠카라든가 외적인 것들--에서 기쁨을 얻는다고 해서 뭐라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럴 경우 가장 불쌍한 사람은 그 사제 자신이며, 가장 마음아파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우리가 할 것은 그 사제를 위해 기도해주는 일이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까? 내게 복을 빌어주는, 나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선물꾸러미 산타클로스의 이미지, 혹은 한없는 위로를 주시는 분. 복주시는 분, 전지전능 하신분, 못하시는 일이 없으신 아버지... 혹시 이런 것만으로 여러분의 마음속 하느님의 이미지가 가득 차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세가 그의 아내 시뽀라와 길을 떠나 사막한가운데에서 하루밤을 지샐적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오셨는지 하느님의 천사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하느님은 장차 민족의 영도자가 될 모세를 죽이려고 하셨습니다. 그 때 시뽀라가 칼로 아들의 포피를 벗겨내어 그 피로 남편 모세를 살려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하느님입니다.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잔인한 폭력과 엄청난 힘을 가진 분이십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가장 연약한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바라는 재물이나 어떤 기회를 허락하지 않으신다고 해서 하느님을 비난할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자유로우신 분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도 하느님처럼 자유롭기 원하십니다.

 

  마찬가지로 사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제가 꼭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움직여 주어야 합니까? 그리고 사제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없었습니다. 사전에 본당신부님과 어떤 대화의 형태로든지 논의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강론시간에 신부님 말씀을 들으면서, 저 역시 우리 주임신부님이 모든 자잘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와지셨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가난한 우리 본당의 재정이나, 여러 신자들의 불평으로부터 자유로와지셨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왜 교회안에서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지 마음이 아픕니다.  

 

성철 스님의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글귀를 새기며 이 글을 마칩니다.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서, 또한 금호동 본당 쇄신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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