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나의 신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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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한 켤레를 샀다.
얼마전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미국에서 사가신 평범한 구두 한 켤레가 너무나도 편해서
매일 그것만 신고 다니신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니 나에겐 ’정말 편하다’ 라고 생각되는 신발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발에 꼭 맞지도 않는 신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 다니며
발이 퉁퉁 붓고 벗겨져도 별 생각이 없던 나였다.
몇주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식당 캐쉬어 이고.. 시간당 만원 가까이 받지만
하는일이 너무 고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루는 발이 너무 아파 집에 와서 냄새나는-_- 발을 들여다 보니..
여러군데 물집이 잡혀 있었다.
그날이 아마도 엄마와 통화한 다음날 인거 같다.
멍하니 발을 들여다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여지껏 왜 이렇게 답답하고 멍청하게 살아온거지?
발이 아프면 다른걸 신으면 되는거잖아...?’
항상 모든 일에 고리타분한 고정관념과 무덤덤한 나의 성격이..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일종의 자해라고 하는걸까-_-?
그렇담 난 정말 변...태???
쓸떼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_-;
다음날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가 신발코너를 지나가게 되었다.
항상 신발을 사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눈에 띄는 신발이 하나 있었다.
쎄무로 된 검은색의 아주 평범한 스타일 이였는데..
평소같으면 신어보지도 않았을 그런 신발 이였다.
그날따라 왜이리 그 신발이 편하고 예뻐 보였을까?
사소한 무언가를 결정하는데도 너무나 긴 시간과
온갖 불필요한 잡생각이 드는 내가..
그날따라 왜 내가 하고싶은대로,
너무나도 편안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걸까?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이라고..
많은 생각을 한다.
하고..하고..또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그것들을 책임 질 수 있는건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건지..
나의 선택을 남들이 이해 할 수 있을지 까지도..
그리고 다시한번 기도드린다.
제발..
생각뿐인 하루하루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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