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일이나 잘해!

인쇄

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0-09-14 ㅣ No.1795

오지랖이 넓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일에 상관하기를 잘 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이지요.

언젠간 제가 어떤 사람의 안된 처지를 걱정하며 혀를 차고 있으니까 저를 많이 보아왔던 어떤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아무래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거 같다. 너 신부되기 전에는 안그랬을 거 아니야. 그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신부되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일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내가 진 짐 , 내가 걸어야 할 길에 대한 두려움과 무게 때문에 주위를 둘어볼 엄두가 안났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때 그때 닥친 일을 처리하느라고 헉헉대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정말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조금 씁쓸하지만 인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과 어려움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줍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자기 살기도 바쁜데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그러니 조금만 신경써도 기뻐하고 힘을 얻고는 합니다.  예전에는 쓸데없이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쓰다가 니일이나 잘해 하고 면박을 당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차마 저에게 그런 얘기를 못하는 착한 신자들 사이에서 마음 놓고 살고 있습니다.

 

니일이나 잘해!  참 정떨어지는 말이지만 어떤 때는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지요. 내가 정말 내일을 잘하고 있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예수님의 삶과 사랑, 그리고 하느님께로 이끄는 표징이 되고 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과 삶이 하느님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고 하느님께로 다가가게 하는 표징이 되고 있는가?

하느님은 없어지고 어느새 인간 서기원의 모습만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가?

 

잘나가다가 어느새 니일이나 잘해! 라는 말이 정말 무서운 말이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나의 일이라는게 나의 사랑, 나의 관심, 나의 잘남을 보여주고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을 전해야 하는데 살다보니 정말 하느님은 사라지고 내것만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이해서 내가 얼마나 하느님을 그리고 하느님께 다가가는 길인 십자가를 보여주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정말 니일이나 잘해!라는 말 간직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나의 일이라는게 내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19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