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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1동 선교본당 주보에 실린 세월호 엄마들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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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anna1207] 쪽지 캡슐

2015-04-10 ㅣ No.84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금호1동 선교본당의 <샛마루>라는 제호의 주보에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유가족 엄마들의 편지가 실렸기에 함께 나눕니다. 더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떠난 이들과 유가족의 아픔이 하루빨리 치유되고 진실이 규명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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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학생들과 함께 희생된 단원고 교사 어머니의 글입니다.

엄마들 사연?

네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엄마는 또 눈물을 쏟는구나.

너는 엄마에게 있어 너무도 특별한 아들이었기에 네 이름은 그냥 단순한 이름이 아니란다.
윤철이라는 이름 속에는 너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의 흔적이 오롯이 담긴 엄마의 ‘인생’이 있어. 그런 네가 없는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엄마의 이런 모습에 네가 마음 아파할 줄 알면서도, 아직은 너무 보고 싶어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가 없구나. 요즘 들어 부쩍 네가 세상에 태어나던 날이 많이 떠오른단다.

너도 알고 있지? 엄마가 너를 갖고 많이 아팠던 일. 그때 병원에서는 산모라 치료의 한계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유산을 언급했지만, 엄마는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최대한 태아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치료를 하기로 했고 덕분에 너를 안아볼 수가 있었단다.
그런 네가 자라면서 엄마가 제일 듣기 좋았던 칭찬은 ‘윤철이는 어떤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친구를 차별하지 않는 아이’라는 선생님들의 말씀이었단다.
그리고 또 얼마 전 네가 얘기했었지? 네가 우리에게 둘도 없는 귀한 자식이듯 모든 학생 또한 그들의 부모님들에게는 귀한 자식이라는 생각에 어떤 아이에게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고 배려하게 된다는 너의 마음이 어릴 때의 그 차별 없던 너의 본성과 합쳐져 지금 교사로서의 모습을 완성했다는 확신이 드는구나.
이처럼 제자들에게 다정했던 너는 엄마에게도 참 자상한 아들이었어.
누구보다도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엄마를 걱정해 주던 아들!
그런 네가 떠나기 한 달 전 공연 관람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연극 티켓을 준비하고, 그 날 하루 일정을 미리 다 계획해 놓은 너의 자상함 덕분에 정말 행복했단다.
그리고 너를 떠나보내기 이틀 전 아빠와 함께 셋이서 여유롭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네가 있어 정말 든든하고 의지가 됐었는데…. 그래도 아빠 말대로 참 스승의 모습으로 남아줘서 자랑스럽다.

항상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고, 멀리 사는 누나를 많이 보고 싶어 했던 너.
누나도 너를 보내고 많이 힘들어한단다.

이처럼 너를 잃은 큰 슬픔을 우리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느님께서는 비록 큰 고통을 주셨지만, 또한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기도와 사랑으로 위로하게 해 주시니, 너를 데려가심이 하느님의 계획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더구나 교황님과의 만남! 네가 아니라면 정말 꿈이라도 꿀 수 있었겠니?
너무나도 인자하게 바라봐 주시던 교황님의 그 눈빛과 미소, 힘주어 잡아 주시던 따뜻한 손의 온기가 지금도 느껴지는구나. 그런 교황님의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단다.
요즘 우리는 매일 아침 주모경을 시작으로 너를 가슴에 품고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 것을 다짐하며 따뜻한 포옹으로 하루를 시작한단다.

윤철아! 그동안 엄마 아빠의 아들로 살아줘서 고맙고, 행복했다.

끝까지 정의로운 모습으로, 엄마 아빠가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해줘서 정말 자랑스럽구나.
이제 하느님 품 안에서 여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편안히 푹 쉬어라.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한다. 우리 아들.

엄마가
송경옥(모니카, 청주교구 내덕동주교좌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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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사연?

전남 진도 팽목항에 있는 엄마들은 실종된 아이를 찾은 뒤에도 마음 놓고 울지 못합니다. 아직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에 남아 있는 자식을 찾지 못한 가족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금방 볼 줄 알았던 우리 현탁이도 보름이 다 돼서야 겨우 찾았습니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아들을 데리고 안산으로 돌아왔는데 세탁소 주변에 노란 편지가 가득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러곤 한참을 울었습니다. 못난 엄마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을 잘 키웠구나. 내세울 것 없는 부모지만 부끄럽지 않게 잘 키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수학여행 가는 날이 우리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 수학여행을 간다며 뛸 듯이 기뻐했었죠.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현관에 여행 가방을 놓고 갖고 갈 물건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마지막이었어요. 당분간 많이 울 것만 같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요. 그래도 현탁이가 웃던 그 모습을 위안 삼고 있습니다. 세탁소 일도 조금씩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아들을 보내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아들에게 해준 게 너무 없었습니다. 진도에서 엄마들끼리 수학여행 보내면서 용돈을 얼마 줬는지 서로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이 10만원씩 줬다는데 저는 2만원밖에 못줘 미안해 또 울었습니다. 그런데 현탁이를 찾았을 때 지갑에 2만원이 그냥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물도 맛있으니까 맛있는 것 많이 사먹어라고 했는데 용돈도 쓰지 못한 채 갔습니다.

우리 아이는 300mm짜리 신발을 신을 정도로 덩치가 컸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해 유명 메이커 옷도 못 사줬습니다. 수학여행 가기 전에 아들 몸에 맞는 옷 사느라 아웃렛 매장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습니다. 아들이 언젠가 노스페이스 잠바를 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50만원이나 됐습니다. 그 돈이면 한 달 생활비라 안 된다고 잘라 말했죠. 아들은 떼 한 번 안쓰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사고 후 진도를 내려가니까 그 잠바 입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또 눈물이 났습니다.

현탁이는 여느 아이처럼 ‘엄마 배고파’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너는 엄마가 밥으로 보이냐’고 타박했죠. 점심시간에 세탁소로 달려와 자장면 시켜먹고 가고, 친구들과 놀러갈 때도 돈 달라고 하고 그랬었습니다. 현탁이가 단원고 1학년 때 세탁소를 학교 주변으로 옮겼습니다. 아들이 혹시나 엄마가 세탁소를 한다고 부끄러워하진 않을까 걱정했더니 ’엄마 나 괜찮아‘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의젓하게 잘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대견했죠.

수학여행 전날, 이상하게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생전 처음이었어요.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렸던 종이를 아직 갖고 있습니다. 겨우겨우 편지를 써 아들 몰래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듬직하게 잘 커줘서 고맙고 엄마는 네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라고 적었죠. 출발하던 날 지나가는 말로 ‘현탁아, 가방에 손수건이랑 다 넣었으니까 도착하면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 꼼꼼히 봐’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통화에서 못 참고 제가 먼저 물었어요. ‘편지 봤어?’라고 했더니 아들은 무뚝뚝하게 ‘응’이라고 답하더군요. 고마우면서도 쑥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현탁이는 엄마를 편하게 해준 아들이었어요. 특별히 아픈 데도 없이 밥만 먹고 잘 컸습니다. 팽목항으로 내려갔을 때 캄캄한 바다를 향해 ‘행복은 이걸로 끝이다 이놈아’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아직 제 마음에는 현탁이가 자리 잡고 있어 사연들을 미처 다 읽지 못했습니다. 현탁이 방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게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이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아직도 바다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가 많습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오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래서 보내는 길이라도 온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 마음들. 정말 고맙습니다.

현탁이 엄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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