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멋진 배낭여행-2]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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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0-22 ㅣ No.1036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2회 {태국-2}

 

 -The more you talk, the more you realize.-

 (대화를 많이 할수록, 많이 깨닫게 된다.)             

 

콘베이어 라인(conveyor line)에 실려 나온 큼지막한 배낭을 단숨에 둘러메고, 그 무게엔 아랑곳없이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한 M 학생, 그녀의 밝은 표정과 가벼운 몸동작은 나에게 잠시도 머뭇거림을 허용치 않겠다는 애교스런 경고였다. 나는 원래 서두르는 타입이 아닌데...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30 분. 택시를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은 이미 모두 끊어진 상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오밤중에. 은근히 짓누르는 책임감의 무게가 저 큰 배낭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갑자기 모든 가장(家長)들이 존경스럽다. 항상 나 홀로 배낭여행에만 익숙한지라 지금의 상태가 매우 어색한 것이다. 적어도 배낭여행을 할 때는 나만의 원칙과 기준이 있었고 또 그에 충실한 나였기 때문이다.

 

I have made it a rule to(...하기로 하다) act or behave according to the principles I established(내가 세운 원칙) for my travelling abroad as a backpacker. Of course there’s no rule but has its exceptions. (예외 없는 규칙)The important thing for me first is to make the basic principles(기본 원칙) and I do keep it in general(일반적으로).

Let me introduce the basic rules that I made as following:

 

▼나의 배낭 여행 수칙▼

 

1) 시간과 장소에 구속받지 않는다.

2) 숙소는 세계의 배낭족이 다 모이는Youth Hostel or Guest House,등을 이용한다.

3) 식사도 세계 배낭족에 어울리는 빵과 우유 콜라가 원칙이다. 물론 현지 음식을 먹는데 많은 비중을 둔다.

4) 교통편은 대중 교통을 이용한다.

5)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세계의 친구들을 사귄다.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심을 심어 주어 언젠가 한 번 한국을 찾도록 한다.

6) 부당한 대우나 요구엔 끝까지 따져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밝힌다. 한국인 모두가 봉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시킨다. 준 만큼 당당히 스비스 받고, 대우받은 만큼은 반드시 그에 상응한 감사의 표현을 하는 한국인임을 보인다.

 

나의 많은 세계 배낭 여행 경험을 반추(反追)해 보면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즉, 자신이 방문하고 있는 나라에서의 자신의 언행은 곧바로 한국인 모두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유치(幼稚)하고 철부지 같은 허세(虛勢)를 지양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다음에 이곳을 찾을 우리 보모 형제와 친구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  게 반드시 주어진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외국인을 만났다 함은 필히 그에겐 좋은 한국인의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고 한국인을 무시하고 푸대접하는 냉대를 받았다면 그 역시 못난 한국인이 뿌려 놓은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자업자득(自業自得)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답게 품위를 유지하고 나아가 세계 시민 정신과 행동 규범을 외면하지 않는 한 우리 후손들이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한국인이 될 것이다.  

 

I think that one of the great things Koreans can possibly do in this global village is to make the world people feel or know that all Koreans are not stupid but polite and very trusty.(멍청이가 아니라 예의바르고 신뢰할 수 있는)  

 

나 홀로 배낭 여행, 그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자유, 완전한 자유다. 자기로부터 조차도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모든 간섭으로부터 홀가분할 수 있는 면제부라고나 할까. 그러나 나는 지금 나흘로가 아니다. 그에 따르는 부작용은 나를 매우 부자연스럽고 여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말이 맞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이요, 득필실(得必失)이라.

 

대체로 값싼 항공권을 이용하면 현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한 밤중이기 일수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어진 그 시간과 그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색다른 여행 문화의 향기(香氣)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처음으로 살펴보는 곳도 공항내의 식당이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어디에도 있게 마련, 가벼운 식사를 하면서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과 어울리고 여행 정보도 교환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공항내 어느 곳이든 배낭족들이 드러누워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냥 누워 자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한 밤중에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도 없이 헤맨다는 것은 무모한 짓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또한 배낭족의 격(格)에도 맞지 않기에 결코 보기 좋은 꼴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첫 경험에 직면하면 약간의 거부반응과 함께 강한 호기심이 동반되기 마련, 나는 후자를 따르기로 하고 M 학생의 택시 타기 제안에 동의했다. 사실 고집불통을 어찌할 재간이 없는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더 솔직한 얘기다.

 

어쨌든 나는 여행 정보지 한 권을 완전히 숙독하고 있는 M 학생의 비범한 학습능력(?)에 놀랬다. 적당한 택시 요금과 도로 명, 어느 지점에서 내리고 또 어느 골목으로 가면 무슨 숙소가 있다...등 그냥 입에서 술술 흘러 나왔다. 역시 천재가 따로 있는 게 아니야. 누구나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리면 깊이 잠자고 있던 그의 천재성(天才性)은 조용히 그리고 무섭게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공항 택시보다는 조금 싼 일반 택시를 타기로 하고 300바트에 흥정을 마친 우리는 차에 올랐다.(나중에 알고 보니 보통 150~200 바트면 되는 요금이었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몸과 마음의 열을 식히면서 적막한 밤공기를 뚫고 택시는 신나게 달린다. 한 20~30분 달렸을까, 거리의 가로수에 장식된 수많은 깜빡이 전구들이 끝없이 줄을 이은 채 온갖 색상으로 아름답게 빛내고 있었다.

 

흔히 성탄절을 전후하여 볼 수 있는 그런 전등 장식이었다. 그러나 태국은 불교국가 아닌가. 택시 기사에게 궁금하여 물어 보니 12월 5일의 부미불 국왕의 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한 전등 설치라고 했다. 그러나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12월 10일의 제헌절, 12월 31일은 신정 전야 그리고 1월 1일의 신정까지 그 축제 분위기를 지속하기 위해 계속 불을 켜 놓는다고 했다. 매우 실용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관광 상품으로도 그 효용성을 극대화 한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도 관광객들에게 뭔가 새로움과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착안된 태국 정부의 관광 정책이 돋보인다.  

 

왓프라케오 사원(寺院)과 붙어 있는 왕궁에 이르러서는 마치 밤하늘에 수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등 불꽃들이 다채로운 형태로 그 아름다음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의 목적지인 보니 게스트하우스(Bonny Guest House)근처에 도착했다. 더 좋은 숙소를 소개하겠다는 택시 기사의 끈질긴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텅 빈 거리는 약간의 쓰레기들만 보일 뿐 스산한 분위기였다. 희미한 가로 등 마저도 지친 양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줄을 이은 상점들은 온통 영어 간판으로 물결을 이루고 있음을 보아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카오산로드(Khaosan Road)다. 배낭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싸구려 숙소의 총집결지, 바로 이곳이었다.

 

숙소의 위치를 훤히 외우고 있는 M은 자기만 따라오면 된다며 어둑어둑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는 폼이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또리  또리한 두 눈동자의 안광(眼光)은,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때의 한물 간 생선 눈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엔 모든 감각 기능이 풀(full) 가동되는 법이니까. 아무튼 이런 오밤중에 타국의 외지에서 숙소를 찾는 다고 서성거려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바람직하지 않음) 왠지 위험 따윈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해외 배낭여행 경력을 내세울 만한 내가 완전 초보의 안내를 받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 역시 혼자일 땐, 글쎄요??? 허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고 용감할 수도 있겠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듯이.

                                        

▶감사합니다.        <태국편-계속>    - 장 정 대 -

 

▶E-mail: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마음이 서로 맞는 성공적 여행의 비결은 목표를 함께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며 처음부터 의견이 같은 데에 있는 것은 아니다.

 

                    <R.W.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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