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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범수 [Bumsoo] 쪽지 캡슐

2000-01-27 ㅣ No.847

 안녕하세요. 초등부의 안야고보입니다. 오늘 좋은 글을 읽게 되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거지 아저씨의 보물 ##

 

 

 

 

 

내가 근무하는 곳은 양재천이 가로지르는 서초시민공원단지의 한적한 건물이다.

 

 

 

5층에서 작업을 하고 6층 조그만한 옥탑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한다.

 

 

 

요즘은 프로젝트가 끝나는 기간이라서

 

 

 

거의 일주일에 한번밖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잠을 자는 시간은 보통 새벽4시, 하던 작업을 그만두고 서류를 정리하는

 

 

 

사이에  먼저 올라갔던 팀윈중 하나가 안색이 변해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까 어떤 거지가 와서 자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걱정이 되었다.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전반적인의견은

 

 

 

경찰에 신고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그러자 한 팀원이 놀라면서 그렇게 하지 말자고 강력하게 건의했다.

 

 

 

불쌍하지 않냐고..

 

 

 

하지만 우리들은 요즘 경찰에 신고하면 잘재워주고 부랑자 시설로

 

 

 

데려가기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도 자야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설득하였다.

 

 

 

그때 다시 그자를 깨우기 위해 올라갔던 사람이 내려와서 술에 취해

 

 

 

있어서 깨우기 힘들다고 말했을때 분위기는 신고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전화를 걸려고 할때 반대했던 팀원이 올라가더니

 

 

 

이윽고 내려와서 그 사람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어떻게 말했길레 내려갔냐고 물었더니 돈 3000원을 주면서

 

 

 

(그친구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이었다.) 가서 빵이나 드세요 라고 말했더니

 

 

 

고맙다고 내려갔다고 하였다.

 

 

 

모두 부끄러워져 있는데, 갑자기 모두들 뛰어서 6층으로 갔다.

 

 

 

그 거지가 잔곳은 반드시 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6층에서 부단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 친구가 올라와서 그 아저씨는옆의

 

 

 

탁자위에서 잤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거지는 비록 무단출입을 하였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거지를 신고하려고 했던 우리들은 모두 벌을 받았다.

 

 

 

다음날 온몸이 근질거려서 작업을 망쳤던 것이다.

 

 

 

양재천 주위는 시에서 하천시범사업을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조경을 잘

 

 

 

꾸며져있다.  

 

 

 

하천주위는 다른곳에 비하여 깨끗했고 물도 그다지 오염되지 않았다.

 

 

 

이따금식 철새들이 날라와서 고기를 잡는 것이 보일 정도이다.

 

 

 

작업을 하다보면 날이 새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이곳 양재천강가쪽으로

 

 

 

내려와서 스탠드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른 아침에는 주위 시민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양재천 건너편에는

 

 

 

학교가있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양재천을 건너가곤 했다.

 

 

 

양재천은 여러가지로 강바닥을 꾸며놓았다.

 

 

 

스텐드 앞에는 명물이 있었는데,

 

 

 

도심에 있는 강에서는 보기 힘든 돌다리였다.

 

 

 

학생들은 이곳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는 일이 많다.

 

 

 

하지만 요즘같이 장마철이면 그 돌다리들은 불어난 하천물에 의해

 

 

 

아슬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어서 용감한 아줌마나 건너다니지,

 

 

 

여학생들은 한숨을 지으며 멀리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등교마감시간이 임박해지자 학생들은 갈등을 느끼기 시작했다.

 

 

 

돌다리의 위치가 멀리 돌아간다면 족히 10분이상이 걸리는 강의 한가운데

 

 

 

이기 때문이다.용감한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첫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은 그 애가 무사히 건너기만을 바라고 있었으리라.

 

 

 

조심스럽게 건너던 그 애는 다리중간에서 갑자기 미끄등~하고 물에 빠지고 말았다.

 

 

 

"우씨~"

 

 

 

뒤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이랑 빠지기만을 바라고 있던

 

 

 

우리들은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다.

 

 

 

빠진 애는 투털거리면서 밖으로 나와서 건너갔다.

 

 

 

물에 젖은 치마를 손으로 짜면서 건너편에 있던 애들에게 건너오라고 손짓했다.

 

 

 

그애 친구들이 주춤거리자 옆에 있던 한 남학생이 이 기회를 틈타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신고 있던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접은채 여학생들에게 V사인을

 

 

 

하면서 이것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건너기 시작했다.

 

 

 

조심해서 건너가면 되었을 텐데 돌다리 중간쯤에서 폼을 잡다가 철퍼덕하고

 

 

 

물에 배치기로 빠졌다.

 

 

 

그 작태를 본 학생들은 깔깔거리다가 이내 등교시간이

 

 

 

다가왔는지 어쩔 줄몰라했다.

 

 

 

하지만 별수 없다는 듯이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돌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그때였다.

 

 

 

돌다리를 건너던 학생들쪽으로 누가 다가갔다.

 

 

 

전에 그 거지아저씨였다.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 돌다리를 건너는 학생들의 손을 잡아주려고 하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질겁을 하자 자신이 더럽기 때문에 그러는줄 알고

 

 

 

손을열심히 강물에 씻고 다시 잡아주려고 하였다.

 

 

 

무심하게도 학생들은 그의 보호가 필요없다는 투로 재빨리 건너갔고 뒤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돌다리를 포기하고 먼길을 돌아서 가버렸다.

 

 

 

그는 돌다리에 남아있는 학생이 거부하자 약간 떨어져서 같이 건너기 시작했다.

 

 

 

여름이지만 비가 온 후라서 날씨는 싸늘했고 멀리서도 허리춤까지

 

 

 

오는 물속에서 그가 떨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버린 상태였지만 그는 혹시 늦은 학생이 올까봐 계속

 

 

 

물속에 덜덜 떨면서 서있었다.우리도 별다른 일이 없자 그곳을 벗어나 건물쪽으로 올라갔다.

 

 

 

"그 거지아저씨.. 불쌍하구만.."

 

 

 

계단을 올라가면서 팀원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아마도 IMF때문에 모든것을 잃어버린것 같았는데 결국 사회에서도 냉대을

 

 

 

받아서 비참하게 서있는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않기 때문이리라..사무실에와서 재미있게 경험담을 이야기 하는 동안 창넘어서 보이는 양재천의 돌다리에는 아직도 그 아저씨는 돌다리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미친사람처럼 손으로 물장구를 치면서..

 

 

 

저녁무릅에 도시락를 사려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원래 도시락을 사기위해서는 양재천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리쪽으로 가서 도시락을 사들고 왔다.

 

 

 

하천공원에는 동네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야외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내려가서 먹을까?"

 

 

 

나의 제의에 공원쪽으로 내려가서 좋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을때

 

 

 

다리밑 침침한 공간에 누가 누워 있는것이 아닌가?

 

 

 

아침의 그거지였다.

 

 

 

물속에 오래 있어서 그랬는지 벌벌 떨면서 웅크리고 있었다.

 

 

 

불쌍했지만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자리를 잡았다.

 

 

 

도시락을 먹으려고 하는데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언제 왔는지 거지할머니가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구걸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왜 가족끼리 오손도손 먹고 있는데 방해하냐며 파리 쫓아내듯

 

 

 

할머니에게 뭐라고 그러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연방머리를 숙이며 구걸했고 보다 못한 한 꼬마애가 김밥을

 

 

 

할머니에게 주자 가족들이 꼬마를 야단치면서 김밥을 못주게 하였다.

 

 

 

할머니는 포기한듯 다른사람들 이 떠난 자리도 가서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별것이 없자 할머니는 우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빨리 먹고 가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먹을려고 하던 도시락을 조용히 싸서 그 자리에 놓아 두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가져갈 수 있도록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도시락을 보더니 새것인 것을 보고 그냥 다른곳으로 가려했다.

 

 

 

"그것 드세요."

 

 

 

멀리서 우리가 말하자 할머니는 고맙다고 연신 머리를 숙이며 소중히 가져갔다.

 

 

 

할머니는 도시락을 들고 다리밑으로 가고 있었다.

 

 

 

다리밑에는 다른 거지가 있는데.. 우리는 걱정이 되어서 할머니 뒤를 따라갔다.

 

 

 

할머니는 그 거지옆에 앉더니 도시락을 풀고 조금씩 그 거지에게

 

 

 

먹이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 자신도 무척 배고프게 느꼈을텐데..

 

 

 

하지만 그 거지는 마냥 사양을 하며 할머니에게 그 도시락을 내밀고 있었다.

 

 

 

궁금해서 그들이 볼 수 없는 다리 윗쪽으로 가서 지켜보았다.

 

 

 

"어머니도 배고프잖아요."

 

 

 

그 거지 아저씨의 끙끙거리는 목소리였다.

 

 

 

그 할머니는 거지아저씨의 어머니였다.

 

 

 

"왜 저를 따라다녀요? 동생집에 있지 않고.."

 

 

 

"이놈아 내가 아니면 누가 너를 돌봐."

 

 

 

"그래도.."

 

 

 

할머니는 연신 끌끌거리며 도시락을 기여코 아저씨에게 다 먹였다.

 

 

 

아저씨는 훌쩍거리면서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의 표정은 아기에게 밥을먹이는 어머니의 표정 그대로였다.

 

 

 

그 아저씨는 거지가 아니었다.

 

 

 

비록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가장 소중한 것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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