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푸념]바카스 한병 드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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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aramberries] 쪽지 캡슐

2000-07-24 ㅣ No.1243

선배 하나가 전화가 왔다

 

광복절 특집인데 같이 하지 않겠냐고 2주만 일하면 100만원 준다길래....

 

무조건 오케이했는데........흑흑흑 판단미스다.....

 

이름하여 바카스 회사에서 주최한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광복절 특집 다큐로 만드는 것이다

 

근데 촬영 테잎만 30분짜리로 150권 리얼타임만으로도

 

75시간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그 테잎 다보고 편집 구성안과 대본을 이번주말까지 써야한단다

 

갑자기 PD얼굴이 팥쥐 엄마처럼 보인다

 

팔알 한자루 뿌려놓고 알갱이 수 세라고 하는....

 

엊그제 30시간 동안 멍하니 모니터와 노트북과 씨름을 했다

 

한마디도 안하고...

 

혀뿌리가 부어서 음식을 삼킬 수가 없다...

 

손목과 팔꿈치 그러니까 노트북에 받는 부분이 다 짓물렀다

 

파스를 붙이고 있는 꼴이 완전 깡패들 몸 싸움 끝난 후의 모습 같다

 

완전 불구다

....혀 아파서 말못하는 어버버에 팔 제대로 못쓰는....

 

게다가 목과 어깨도 빳빳이 굳었다....

 

필시 산업재해에 가깝다...

 

테잎을 순서대로 보니 대장정에 참가하고 있는 아해들의 모습이

 

아주 가관으로 변해간다...

 

첫날은 탄다고 썬크림도 바르고 여자애들은 눈썹도 그린다

 

남재애들은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남자인것 처럼

 

무거운 배낭 서로 들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테잎 INDEX에 적힌 숫자가 커지면서...기가 막힌다

 

여자애들 눈썹은 다 어디갔나....

 

서로 바르겠다던 썬크림은 다 누가 발랐나....완전 촌로 같다

 

그 기력 좋던 돌쇠들 어디갔나....

 

발바닥엔 물집 투성이고...,...

 

지들끼리 "물집왕" 뽑고 "모기왕" 뽑고 난리다

 

애들의 모습이 초췌하기 그리없고 그냥 화면만 봐도 땀냄새가 난다.....

 

걔네들은 아주 죽겠다고 화면에서 아우성이다

 

좀만 힘들면 바카스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럼 바카스회사는 남고 쳐지는 바카스를 돌린다......

 

바로 저게 바카스 회사의 전략이 아닐까 싶다....

 

바카스가 아직까지 건재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아해들은 시장따라 엄마 졸라서 얻어 먹는 눈깔사탕 모냥으로

 

바카스를 들이킨다.....모니터만 보고 있는 나도 바카스 생각이 난다

 

쩝.....

 

대장정에 참가한 아해들은 알까?....

 

지들말고도 대장정 때문에 서울에 가만히 앉아서도 초췌해지고,,,,

 

몰골 망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바카스 한모금 못마시고.함께 힘들면 위로해 줄 사람없이

 

냄새나는 편집실에서 지들 걷고 말하고 투덩부리는거 보면서

 

머리털 뽑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까?

 

.......사람들은 알까? 별로 많이 보지도 않을 다큐에 돈 펑펑 써가면서

 

세상에 온갖 시름은 다 갖고 있느냥 유세떨면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사람들은 알까??

 

아직도 봐야할 테잎이 100권이다....후......

 

힘들기 보단 외롭다.....

 

바카스 광고처럼 "힘들지" 하면서 바카스 건네 줄 사람 없는 내가

 

정말이지 불쌍하다....

 

크리스마스날 애인한테 목도리 선물 못받을 때마다 더 서글프다

 

새벽마다 할증 붙은 택시비만 해도 2주 동안

 

100만원은 족히 나오겠다.....본전박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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