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童心은 天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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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KCWAT] 쪽지 캡슐

2001-02-13 ㅣ No.6118

"어 지갑이 어디 갔지?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 뒀는데..."

시장에 가려는데 거실 쇼파 위에 놓아 두었던 가방 속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지갑 못 봤니?  여기 쇼파 위에 두었는데..."

"아니 못 봤어요."

친구를 데려와 방에서 놀던 아들은 건성으로 대답한 뒤 방으로 휙 들어갔다.

그 때 불현듯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아들이 새로 사귄 친구라며 데리고 와

방에서 함께 놀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가 좀 수상해 얘가 꾀죄죄한 것이 옷도 허름하고 손톱에 까만 때도

낀 것이..."

나는 당장 아들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친구에게 물어 보라 했다.

아들은 "그럴리가 없다"며 항변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가 틀림없다고 심증을 굳히고 그 아이를 데리고 나오

라고 했다.

"그럼 제가 한번 다시 물어 볼께" 하더니 나 한테는 오지 않고 슬그머니

친구를 배웅하고 오겠다며 함께 나갔다. 그리고 한참 후 돌아와서는 화가

날 대로 나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사실은 그 지갑 제가 훔쳤어요.

 만화책이랑 장난감 사려고요. 잘못했어요."

나의 충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난생 처음 매를 들었다.

아이는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울지 않았다.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파 쿠션 밑에 내 지갑이 깔려 있는게 아닌가!

나는 아연실색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는 그때서야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왜 어른들은 겉 모습만 보고 사람을 차별해 말로는 모든 친구와 친하게

지내라고 하면서 사실은 엄마도 내 친구를 싫어 하잖아,   아까 그 친구는

엄마, 아빠가 안 계시고 할머니랑 둘이서 사는데 착한 아이란 말이야."

그날 밤 나도 아이와 함께 울었다.

친구의 억울함을 벗겨 주기 위해 대신 거짓말을 한 아들 앞에 난 정말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아들이 너무 의젓하고 대견스러워 꼬옥 안아 주었다.

"그래, 그렇게만 자라다오."

 

이 아이와 같은 좋은 품성을 하느님께서 나에게도 심어 주셨는데 나는 이

렇게 살고 있나요?

                                                                                좋은 글이라 옮겼습니다.  <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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