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정말 예쁜 날, 눈 온 성탄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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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theophile] 쪽지 캡슐

1999-12-24 ㅣ No.1394

 눈이 내렸어요. 지금도 흩날립니다. 아침에  평소보다 약간 늦게 일어나 까맣게 모르다

 

 창문을 연 순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내 앞에 있었다니.. 뽀드득 소리가

 

 마음에서 먼저 울리더군요. 운동화를 신고 뒷 동산에 올라가 설화를 실컷 감상했읍니다.

 

 

 성당 마당에 있는 눈꽃도 만져보고. 눈꽃들은 이제 사그러지는 군요. 아침에 서두르기

 

 잘했죠. 언덕을 걷다보니 눈싸움 하는 꼬마들을 만났읍니다. 20년전 나도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이모님 집 근처 놀이터에서 그 겨울에 했던 잊을 수 없는 눈싸움, 평생의 지기를

 

 만났던 기회이기도 했거든요.

 

 갑자기 동심이 발하여 성당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읍니다. 먼저 누가 만들어 둔 게 있었

 

 는데 속으로 저렇게 자그마하게 만들다니 하고선 정말 거창하게 만들어야지 하고 눈을

 

 굴리기 시작했는데, 근데.. 동그랗게 되지가 않는거예요. 그러다가 짜개지고. 결국

 

 "추상적인" 눈사람이 되었네요. 숯으로 눈을 만들고 화분으로 모자를 만들어서 눈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읍니다. 성당에 오셔서 만일 그때까지 이 눈사람이 남아있다면

 

 위로와 격려를 그 눈사람에게 해 주세요. 신산했던 제 마음을 그 눈친구가 많이 다독거려

 

 줬으니까요.

 

 

 성탄을 오늘 하루 준비하며 내 마음에 아기 예수가 오시도록 자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

 

 다. 잡동사니를 비집고 들어오시는 수고를 좀 덜어드리고 소박한 거처나마 마련해드려야

 

 할텐테... 그런데 산타도 같이 데려 오시려나?

 

 

 참 예쁜날, 교통혼잡만 탓하지 마시고 어린이 마음되어서 종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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