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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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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 [hippo924] 쪽지 캡슐

2000-02-21 ㅣ No.907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정열이 있었고,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것을 발견한 어느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 부터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라,

나의 아버지,혹은,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곳에서도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 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은

침묵뿐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있다.

스폰치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다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 질까

오늘밤 나는

몇년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채

우리 두사람은 세월속으로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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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해철님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가사말을 되 씹으면서 나혼자 듣기에는 무지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순간

여러분의 아버님 얼굴이 떠올리지는 않는지요

비록 많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분의 모습과 어깨가 초라해짐에 가슴한 구석이 시려옵니다.

우리 한번 오늘만큼은 그분의 어께를

우리들의 따스한 손길로 쉬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해철님의 노래를 이번기회에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이번기회에 해철님 광고를.하하하>

노래는요, 넥스트의 첫번째 앨범인  홈 중에 아버지와 나 파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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