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강 신부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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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2-11-17 ㅣ No.4107

 

 여럿이 걷다 혼자 몰래 바다 백사장의 예쁜 조개들을

 

주워 다 모아 놓은 것처럼 시시콜콜 적어 놓은 작은

 

메모들을 들여다 보면 지난 시간으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1998년 겨울은 여늬 겨울보다 무척 추웠던 것같았습니다.

 

저는 영세를 받고 처음엔 뭘 몰라서 가방만 들고 주일

 

미사에만 덜렁 참석하고 또 정들만 하니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를 해 낮선 곳에서 새 성당을 다니게

 

되었지요.

 

 처음엔 가톨릭이 구역모임이니 여타 모임이 개신교 보다

 

적은 것 같아 귀챦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영세를

 

받게 된 이유도 한가지 있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친하게 되지만 처음부터는 먼저 말을

 

걸고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비사교적이라 잘 알지 못하는

 

교우들과 미사만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연장

 

이였습니다.

 

 그때 신부님 강론엔 왜 그리 졸음이 오던지요..

 

이런 고민을 말씀 드리니 위로의 말씀으로 어느 신부님은

 

괴로워 말고 "미사 드리며 졸았다

 

하지 말고 "졸아가면서 까지도 미사를 드렸다"고 마음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하긴요..

 

 고백성사를 보고 보속으로 고백소 저  안에서 들려오는

 

외국신부님의 음성이 "집에 가셔셔 쏠주보를 보세요.."

 

하시니 , 다시 여쭙기도 그렇고 해서 나와 일주일을 고민

 

했다는거 아닙니까.

 

과연 쏠 주보가 뭘까..... 교리 상식일까.....

 

고민 중에  방에 뒹구는 서울 주보에 번쩍! "빨리

 

말하거나 외국인들이 말하면 " 쏠 주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즉시 보속을 치렀습니다.

 

 재건축으로 잠시 떠나있었던 신혼 살림집 이였던 마포

 

삼성 아파트로 이사를 와 용산 성당에 적을 두어 유모어가

 

있는 우리 나라 신부님을 뵈니 미사 강론이 솔솔 귀에

 

들려 오더라구요.

 

 그런데 그리 건강해 보이시던 신부님이 지병으로

 

 앓으셨고 우연히 성당에 있다 병원에서

 

수의가 될 사제복과 구두를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고 저도

 

신부님의 임종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 같으신 신부님 안 계신 성당은 겨울 날씨처럼 참

 

차고 스산하고 회색빛이 였던 것 같았다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한 달 여를 빈 사제관에 봄이 오는  98년 삼월 오일 ...

 

 새 신부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전 같으면 오고 가시는 신부님 때문에 가시는 분 이별에

 

눈물 글썽이다 오시는 신부님을 뵈려면 눈가에 눈물을

 

지워야 한다며 표정 관리하기 어렵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었는데.

 

차에서 내리신 신부님은 키가 자그마하신 하지만 알찬 밤

 

? 처럼 생기신 분이 내리셨고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입에 물 옷 고름 없어 손만

 

비비적거리는 사이에 성전에 들어가셔서 무릎 끓고 조배를

 

하신 후 교우들에게   인사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할 것은 당신에게  잘해주기 보다는 관리

 

아저씨와 사무실 직원에게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인사말씀 치곤 참 특이하시네 하는 마음이 지금 까지

 

생각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헌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유명한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의 일대 디제이신 신신우의 강 귀석

 

신부님이시라니....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여행길에 차가 막힐 때 차안에서 "

 

신부님도 사랑 할 줄 아세요?"

 

하는 어느 여고생의 당돌한 질문에 자신 있게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하며

 

얼버무리셨던 그 신부님이 우리 본당 주임 신부님이

 

되셨다니....

 

 성당 나무 가지에 숨어 있는 새순,  초록의 싹처럼

 

신부님은 그렇게 우리에게 봄을 예감 시켜 주며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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