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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하는 삶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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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agatha2279] 쪽지 캡슐

2003-05-15 ㅣ No.3695

 

   초등부 주일학교 이 정은 글라라 선생님께!

 

 어제 배나무골에서 잠깐(30분정도) 뵙고, 지난 밤에 좀 특별한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원래 개띠라서 별로 영양가 없는 개꿈을 잘 꾸지만,운이 좋으면 가뭄에 콩나듯

 

 꽤 쓸만한 꿈을 꾸기도 하지요. 비록 돈되는 꿈은 아니지만......

 

 

 그래서 제 느낌을 몇자 적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봉사는 내가 하느님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신앙 여정에서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한 과정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 일 자체를 즐겨야 합니다.

 

 만약 나의 삶 전체를 흔들어버릴 만큼 위협을 받는다면, 그리고 견딜 수 없을 만큼

 

 힘이 든다면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처음 시작했을 때의 약속 (초발심) 을 생각해 보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어야겠지요.

 

 

 예를 들어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랍니다.

 

 배우자와의 생활이 나를 피폐시킬 정도로 힘들면, 저는 도중하차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최후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사랑 안에서 많이 참고,견디어내고,기다리고,노력하고

 

 조율해 나가야겠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건,사람들 앞에서건 결혼 서약을 하지 않습니까?

 

 서로 사랑하며 살기로........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을 신의가 있다고 하지요.믿음이 간다고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일 겁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교회안에서의 봉사는 많건 적건 서로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어떤 이는 주로 상처를 주는 입장에 많이 서기도 하고

 

 어떤 이는 상처를 받는 자의 입장에 많이 서기도 하지만

 

 결국 주고 받는 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본인이 그런 가해자의 입장에 있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해에 저도 한때 봉사를 접어 버리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쉽사리 결정하지 않는 반면, 한번 결정하면 잘 번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늘의 뜻인지 저는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복된 슬픔이여!

 

 복된 고난이여!

 

 그 고난 덕분에 지금의 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자유로워지고 신앙적으로도 한 계단 올라 설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때 내 뜻대로 했더라면,저의 영적 성장은 영영 그 수준에 그쳤을 겁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런 성장을 갖도록 어려움을 예비해 준, 그 봉사의 터에 감사드리고

 

 나를 여물게 하기 위한 주님의 계획에 감격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고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늘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별 문제가 안되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겁니다.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뀝니다.

 

 아직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경제 법칙이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용되고 있음을

 

 알고 또 믿고 직접 눈으로 확인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하느님의 정의를 더 굳게 믿습니다.

 

 

  죽음 묵상을 하십시요.그러면 자연히 집착을 버릴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이건 물질이건  제가 필요한 부분까지만 원합니다.

 

  남편이 너무 좋아서 송두리째 소유하려고 할 때, 의부증같은 불행한 상황이 도래합니다.

 

 

  그리고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자신입니다.

 

  내가 없는 세상은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반면 내가 죽어도 지구는 돌고,해 뜨고 지고,세상은 잘돌아가고,성당도 잘 돌아 갑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슬픈 이야기이지만, 아마 가정도 잘 돌아 갈 겁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진인사 대천명"(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것)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자신감과 자기 중심이 있으면 당당하고 여유로울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편하고,기쁘고,여유롭고,자연스러울 때, 주변이 밝아질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삶,여여하는 삶 안에서 좋은 주일 학교 공동체 이끌어 가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선생님께 애정을 보내며.......

 

                 

                                   박선아 아가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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