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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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0-01-20 ㅣ No.1010

살다보면이란 제목은 아래에 권진원 콘서트 표 준다는 광고를 보니 생각난 제목입니다. 제가 요즘 손이 불편해 상당히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거죠. 사실 손에 작은 사마귀가 생겼습니다. 약 1년 전부터 생겼는데 좀 지나면 없어지겠지 하고 별로 신경을 안쓰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성서모임을 하는 어떤 청년이 그 사마귀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도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요 몇달 동안 사마귀가 몇개 더 생겼는데 그게 더 퍼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데도 몸이 안좋아 병원에 가는김에 피부과에 들렸지요, 그랬더니 냉동요법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액화질소를 면봉에 묻혀서는 사마귀 주변부위를 아주 꽁꽁 얼려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체면때문에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완전히 당하고 말았습니다. 의사는 안아파요?라고 물으면서 참을만하지요?라고 혼자 답변하고는 다시 같은 부위를 세번이나 액화질소로 지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아프더군요. 하지만 표현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진료실을 나왔는데 손이 너무 아파서 대기실에 있는 의자에 한참동안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상처부위에 물집이 잡혀가고 커지고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서 이렇게 느리지만 워드를 치고 있지만 그때는 다시는 병원에 안가리라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그냥 살지뭐 하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물집이 잡혀 손을 제대로 못쓰게 되니까 아쉬운게 너무 많더군요. 우선 세수하는데 어려움이 있구요, 밥먹는것도 힘들고, 글씨는 쓸수가 없었습니다. 시큰거려서 책도 눈에 잘 안들어 오구요.

 

살다보면 이런일도 있더군요. 그런데 어제 복음이 바로 오그라진 손을 가진 병자를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시는 장면이었습니다. 바리사이파들은 안식일인데 그 병자를 꼭 오늘 고쳐야 하겠느냐는 눈초리로 감시를 하고 있고, 예수님은 안식일에 좋은일을 해야겠느냐? 나쁜일을 해야 하느냐? 안식일에 사람을 살려야 하느냐? 죽여야 하느냐? 하고 물으시면서 그 병자를 치유해 주십니다.

 

사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생각에 우리도 쉽게 동의할 수 있습니다. 손이 오그라진 병이 금방 죽을 병도 아닌데 율법을 무시하면서까지 꼭 그날 고쳐야만 하였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물집때문에 거의 손이 오그라 들었던 저는 예수님께서 왜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병자를 고쳐주셨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병자의 입장에서 그 고통이 얼마나 컸었는지, 하루가 얼마나 긴 시간인지, 성한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야말로 손이 이렇게 아픈다음부터 정말 하루가 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어쨌든 예수님은 이렇게 아픈 병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시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왜 저래, 나라면 안그럴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말들이 아니 그 생각들이 얼마나 그 사람을 이해못하고, 그 사람의 고통이나 입장을 알지 못하고 하는 생각과 말들인지 반성해 봅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지 못하고, 꼭 그래야 했을까, 나라면 안그랬을텐데 하는 속좁은 생각을 했던 저를 깨닫게 하려고 이렇게 제 손이 아픈가 봅니다.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들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나라면 안그랬을텐데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죽했으면 저랬을까하고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여겨지네요.

손때문에 고생하는 신부가 누워서 별생각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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