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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무은 개 재묻은 개 나무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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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일수 [paulk] 쪽지 캡슐

2000-06-02 ㅣ No.796

최근 386 국회의원들의 술자리와 관련된 토론이 여러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역시 이와 관련된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원문은 한겨레신문입니다.http://www.hani.co.kr/section-014001000/2000/0140010002000060119090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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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개 재묻은 개 나무라기(3)

 

<조선일보와 그 일당들>

 

386정치가들의 술판에 관한 조선일보의 반응은 중앙일보보다는 조금 늦게 나왔고 많은 양의 기사를 다루지도 않았다. 이것은 그동안의 조선일보의 행태로 볼 때 다소 의외의 일인데, 그것은 조선일보가 중앙일보보다 교묘함에 있어서 한 수 위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조선일보는 광주항쟁을 『폭도들』『간첩의 난동』이라고 주저함 없이 말했던 언론이고 그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는 압력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장원 전 총선연대 대변인의 성추행사건이 발생하고 386술판사건과 함께 ,이른 바 운동권출신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데 있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여길 때 자신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전여옥이라는 방송인의 입을 통해 포문을 열었다.

 

 

전여옥씨가 조선일보에 낸 시론(5/28)

 

 

제목: 정치적 386은 가라.

 

 

나는 전여옥씨를 잘 모르지만 단지 날카로운 방송인으로 호감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라디오 시사프로는 자주 듣는 방송이었다. 그러나 다른 신문이 아닌 조선일보에 이런 글을 낸다는 것 자체가, 그의 성향을 말해주는 것이거나 아니면 조선일보에 대해 잘 모르는 순진함을 보여주는 것이거나 아니면 조선일보라는 비대언론에 편승해 이름을 알려보려는 정치꾼적 발상이다.

 

 

전여옥씨는 [386술판]과 장원대변인의 성추행사건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 ‘운동꾼들’의 본색에 한없이 허탈해하며 주말을 보냈다.』고 말함으로서 운동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보통은 정치꾼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다소 생소한 ’운동꾼’이라는 용어는 ’운동권’이라는 용어와 유사하게 들림으로서 묘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운동꾼들의 본색』은 『운동권들의 본색』이라고 들릴 수 있고, 이것은 일부 386정치가들의 술판이나 일부 언론에 편승해 출세주의적인 운동을 해온 한 운동가의 파렴치한 행동을 통해 ’운동권 전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낸다. 이런 전여옥씨의 시론에 조선일보가 드디어 사설을 냄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조선일보의 사설(5/28)

 

 

제목: 장원씨의 경우

 

 

『물론 장씨의 경우를 들어 시민운동가들도 별수 없다는 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도 경솔한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의 앞에 나서는 사람들’은 철저한 자기검증과 반성을 해야』한다고 시작한다. 중앙일보의 논조를 기억하는 분들은 검증이란 말의 의미를 떠 올릴 것이다.

 

 

조선일보는 검증이란 말에 반성이란 말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시민운동을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검증은 누가 하느냐”는 여론도 귀담아들어야』한다고 말한다. 이 여론은 순전히 조선일보에서 주장한 것이고 조선일보에서 주장한 것은 다 『여론』이다. 조선일보는 『두 사건 간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장씨가 대표하는 시민단체와 386 정치인들은 도덕성을 간판으로 내세워왔고, 또 국민들은 이들의 주장을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허상은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면서 장씨가 시민단체의 대표임을 강조함으로서 시민단체 전체를 공격대상으로 삼는다.

 

 

다시 한 번 조선일보의 주장은 『검증』이다. 『그들의 도덕성뿐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정책이나 대안이라는 것들이 어느 정도 합리성과 현실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차제에 검증을 받아야 할 것』

 

 

조선일보는 과거 사설에서 386정치가들에 대해『80년대에 그들이 어떤 위상에서 활동했는지를 대다수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후 현재까지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으며, 과거 세상을 보던 시각이나 행동하고 지금의 그것은 과연 어떻게 비교되는지, 무언가 설명이 있어야 한다.』(2/08)고 했던 적이 있으며 『대학시절 좌파적 행태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는 중앙일보의 주장과 온전하게 일치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386정치인들의 술판]사건과 [장원대변인 성추행 사건]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검증과 반성』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것은 『80년대 활동』에 대한 검증과 반성이다. 이것에 중앙일보의 주장을 합하면 완벽한 그들의 주장이 완성된다.

 

 

즉 『80년대 활동』에 대해 『검증과 반성』을 해 진보적인 색채를 이제 버리고 『’새 피’ 다운 뭔가를 보여』(5/27 중앙일보)줌으로서 보수에 합류하라!이다.

 

 

[386정치가들의 술판]을 통해 운동권 전체의 도덕성을 추락시키고, 운동권 전체의 진보성에 흡집을 냄으로서 자신의 보수성을 강화하려는 것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의도이다. 이것은 단지 386후보에게만 들의 똥을 묻히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사건을 통해 운동권 모두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결국 운동권 모두에게 똥을 묻히려는 것이며, 그것이 ’정치꾼’적 386정치가들이 벌인 술판을 통해 비대언론들이 노리는 것이다.

 

 

나는 이전에 [어느 386세대의 죽음]이란 글에서 『386정치인이란 자들은 386세대중 사실상 건전치 못한 극소수 운동귀족이며 386세대 대다수를 대변할 수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여전히 그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지금은 그 사실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따라서 그들이 이른 바 운동권 전체를 대변할 수 없는 이상 그들의 망발로 운동권 전체가 매도당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운동권 전체가 똥물을 뒤집어 써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망월동 묘역에서 고개숙여 묵념 올리던 모습과 흐트러진 술판에서의 두 모습 중 어느 것이 실체냐』고 비난하면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논리에 편승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광주항쟁에 관한 한 『검증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들이야말로 과거 광주항쟁을 『폭도와 간첩들의 난동』으로 매도했던 파쇼정권의 하수인이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반성은 커녕 여전히 광주의거에 영향받은 모든 이들의 『80년대 활동』에 대해 『반성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파렴치하게 떠들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야 할 비대언론! 이 파렴지한 그들의 똥 묻히기를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칼럼니스트 안철환magican@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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