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촛불시위 상황에서 피어난 하느님의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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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27 ㅣ No.6629

 
 빛과 소금


촛불시위 상황에서 피어난 하느님의 자녀들!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미카엘에게 세례를 줍니다.” 세례식이 있었던 지난 7월1일 오후 2시, 명동성당. 부대 사정으로 뒤늦게 도착한 한 전경대원이 선교사와 함께 부랴부랴 가운데 통로로 나와 맨 뒷줄에서 예비신자 도유예절을 청했다. 긴급 상황을 파악한 나는 뒤쪽에 있는 예비신자 성유를 가져와 기름을 바르고 다시 세례예식을 이어갔다. “아멘” 하고 대답한 그 대원은 미카엘 천사로 새로 태어났고 선교사는 등 뒤에서 대부로 인연을 맺었다.


   눈물과 감동이 교차하는 경찰사목 현장! 근 2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 상황으로 인해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루어진 세례식에서 서울시내 30개 경찰기관에서 약 250명의 전·의경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대치로 밤샘 근무를 하고 오전에 잠깐 눈을 부치고 오후에 다시 출동현장으로 나가는 대원들…. 도저히 정상적인 교리시간을 갖기 어려운 와중에서도 출동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대원들을 격려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선교사들의 눈물어린 정성이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정치적 이념과 처해진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는 최근의 촛불 정국에서 우리 선교사들은 모든 것을 떠나 오직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전·의경들의 엄마와 아빠가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부상당한 대원들이 입원해 있는 경찰병원의 병실을 일일이 돌면서 그들의 손을 잡아 주고 기도하는 선교사들의 모습은 바로 백의의 천사인 나이팅게일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인종, 정치, 직업 등 모든 인간적 이해관계를 떠나 어려운 이웃에게 순수하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임을 강조하셨다. 최근의 정국상황에서 고통받고 어려운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주님 안에 사랑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 형제이고 자매다. 경찰사목을 하면서 만나는 20대 초반의 전·의경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잠시 주어진 군대 생활이 하느님 안에서는 의미가 있고 견뎌 나갈 가치가 있다는 대화가 쉽지는 않다.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지금 이 시간 하느님께서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주신 삶이라는 소명의식이 약해지면 대부분 인간적인 강함만으로 버티다가 결국 인간적인 끝을 맞이할 뿐이다.


   현대사회는 변화가 많고 복잡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이러한 현상에 따르다 보니 늘 불규칙한 상황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한계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제 현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처럼 이런 이들을 찾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영적인 가르침과 실천이 타종교와 현실적으로 비교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수사목은 신앙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신앙을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교적을 둔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성실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전문적인 환경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군 생활의 어려움으로 자살과 탈영 등의 유혹을 수시로 받고 있는 전·의경들에게 군 생활의 의미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아울러 잠시의 실수와 잘못으로 방황하고 있는 유치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경찰사목 선교사들의 역할은 참으로 소중한 봉사직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또 하나의 아들(?)을 만나기 위해 전·의경 부대를 찾아가는, 그리고 쇠창살 안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는 경찰사목 선교사들에게 주님의 한없는 은총을 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사목현장에서 일할 소중한 일꾼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아직도 지켜 나가야 할 유치장이나 돌봐 줘야 할 전·의경 부대는 많은데 선교사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


▒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 서울 주보에서

           

              생활성가/누구나 때로는 힘들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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