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4주간 레지오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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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9-15 ㅣ No.979

연중 제24주간 레지오 훈화(2002. 9. 15 ∼ 21)

 

 

  가난한 지휘자가 있었습니다.  공연이 있는 날 밤, 한 벌뿐인 낡은 예복을 입고 지휘대에 올랐습니다.  정열적인 지휘와 함께 감미로운 연주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런데 지휘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지휘자의 낡은 예복솔기가 뚜두둑 터지고 말았습니다.  1장이 끝나자 지휘자는 어쩔 수 없이 겉옷을 벗고 흰 셔츠만 입은 채 지휘를 하였습니다.  관객은 술렁대기 시작했습니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점잖은 신사가 겉옷을 벗었습니다.  곧 그 옆의 신사도 겉옷을 벗었습니다.  공연은 훌륭하게 끝나고 셔츠차림의 지휘자가 관객을 향해 돌아섰을 때 지휘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객 모두는 셔츠차림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나의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아픔, 상처들은 어찌 보면 나로 이루어진 나의 것들로 인해 아파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내 탓입니다.  오늘 나에게 상처를 주는 그 무엇은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할 수 있고 또 용서해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은 곧 나를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나라는 중심에서 너와 다른 이가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지휘자의 모습을 그냥 웃어 넘기지 않고 지휘자의 마음을 생각하여 겉옷을 벗어 셔츠차림의 모습에서 너와 다른 이를 생각해주는 너그러운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남을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요, 사랑은 곧 용서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용서함으로써 용기 있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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