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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장발장 구원의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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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성당 [ahyon] 쪽지 캡슐

2015-04-01 ㅣ No.81

현대판 장발장 구원의 길 열렸다

경범죄 벌금 대신 노역 택한 이들 돕는 '장발장은행 '출범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하나를 훔친 죗값으로 벌금 대신 19년간 옥살이한 불운의 주인공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형편 탓에 각종 경범죄로 벌금 대신 교도소에 갇혀 노역하는 '현대판 장발장'이 4만여 명에 달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을 위한 따뜻한 지원책이 생겼다.

 

인권 단체 '인권연대'(사무국장 오창익 루카)는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형편 탓에 이를 이행하지 못해 오랜 기간 강제 수감돼야 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을 2월 25일 출범했다. 가난한 벌금 미납 수감자를 위한 작은 대안이 생긴 셈이다. 초대 은행장은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대표가 맡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외국의 '일수 벌금제'와 달리 한국은 누구에게나 같은 벌금 액수를 부과하는 '총액 벌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벌금형에 처하면 여지없이 강제 수감돼 노역 생활을 하게 된다. 인권연대는 이 같은 한국 벌금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43199 캠페인'을 펼쳐왔다. 43199는 2009년 강제 수감된 벌금미납자들의 숫자다. 한 해 벌금형을 받는 시민은 100만여 명. 하지만 이 가운데 경제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벌금형은 곧 징역형과 같은 형벌인 셈이다.

 

이런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온 인권연대가 '장발장은행' 개설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지원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장발장 은행의 지원 대상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들 가운데 생계가 어려운 가정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차상위 계층 등이다.

 

소정의 심사를 거쳐 최대 300만 원까지 무담보 대출이 가능한 문턱 없는 은행이다. 대출한 돈은 6개월 거치 후 1년간 균등 상환하면 된다. 은행 계좌에는 이미 장발장은행 고문을 맡은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를 비롯한 많은 이의 기부금이 입금된 상태다. 인권연대는 단체와 개인 기부를 꾸준히 받아 어려운 형편 때문에 수감돼 이중고를 겪는 이들을 지속해서 돕는다는 계획이다.

 

홍세화 은행장은 "장발장은행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소외된 이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다가가는 거처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지원책 마련이 누구 하나 버려지지 않는 사회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난 2~3년간 벌금제 문제점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사안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직접 나서 펼친 사업이니만큼 많은 분의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기부 문의 : 02-749-9004

계좌 : 하나은행 388-910009-23604

예금주 장발장은행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5.03.0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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