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최영란님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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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seonbie] 쪽지 캡슐

2008-10-19 ㅣ No.8660

1. 들어가며
 
내가 여기에 와서 처음 본 최영란님의 글을 잘 읽었다.
 
최영란님의 글은 일단 막힘 없이 술술 읽어지는 것으로 보아 제법 문장력을 갖춘 분이라고 여겨진다.
 
글 안에서 온건보수와 수구꼴통 모두를 포용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논객이 오시게 되어 진정으로 환영하는 마음이다.
 
다만 문장력과 별개로 내용 가운데 다소 내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는게 유감이다.
 
여기서는 그 내용을 한 번 따지고자 한다.
 
 
 
 
2. 최영란의 안이한 정국인식
 
 
"언론장악이니 언론통제니... 군사독재 시절로의 복귀니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지만 이곳을 보면 정부의 언론통제
 
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고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한계가 없을 정도로 자유롭고 다양"하다고 하시는데,
 
(1)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제 대상은 상업용 포털사이트지 비영리 종교사이트는 아니란 것을 지적하겠다.
 
그러나 최영란님 같은 평범한 네티즌의 시각이 이럴진대 여기도 조만간 공안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 정부에서는 단순한 비판을 대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대통령을 'X박이'라고 욕한다고 규제하는게 아니다.
 
실제로 규제 내용은 많은 이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 규제 대상이다.
 
집회공지 및 참가독려, 권력이 위력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운동(예; 불매운동),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을 때 거센 비판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예; 광우병, 권력핵심부와 연결된 비리) 등을 온라인에 올리는 경우에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사법처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위 경우에 해당한다.
 
(3)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도 선진국 기준에 맞춰야 할 일인데, 최영란님은 양찬일처럼 북한보다 나으면 민주주의라
 
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다.
 
(4) 최영란님께 "촛불집회와 온라인 저항운동을 법과 질서 유지 명목으로 탄압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안
 
타"깝게 여기는 주교님들의 호소(8월 25일 주교회의 정평위 성명)를 부디 외면하시지 말기를 당부 드린다.
 
 
 
 
3. 최영란의 불쾌한 뒤집기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한마디만 해도 알바니 꼴통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인신공격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1) 수구논객들의 글솜씨와 표현을 본다면 정말 꼴통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최영란님이 논술선생이라면 이들이 쓴 글보고 답답해서 한숨이 나올 것이다.
 
남을 칭찬하는 거야 근거가 없어도 되지만 남을 비난할 때는 최소한의 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임상수의 <똥개가 드리는 편지>에서는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안재환의 자살이유가 거액의 사채빚 때문이라고 경찰수사로 밝혀지는데도 임상수는 현재까지 어떠한 해명도 없다.
 
 
(3) 이연우는 <데모현장에 나타난 유모차 엄마를..>에서 아예 거짓말까지 해가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꾸고 비방중
 
상했다.
 
 
(4) 이와 같은 비방중상이 '의견'이라면 이에 대한 논박이 점잖게만 나갈 수 없지 않겠는가?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일진대, 근거없는 매도와 몰상식한 비방중상을 일삼는 수구논객들이 인신공격을 자초한 것
 
이다.
 
 
 
 
4. 최영란의 좌우인식
 
 
 
(1) 최영란님은 이곳 <굿뉴스>에 좌파와 우파의 대결구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시는데, 가톨릭 신앙인 중에 좌우가
 
따로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가톨릭 신앙이 보수적이라서 냉담하지 않고 성당 잘 다니면 '좌파'가 될 염려는 없다고 봐야 한다.
 
말씀하시는 '좌파'가 북한 공산당이라면 여기엔 아무도 없다.
 
또한 사회민주주의를 지적하시는 것이라면,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공동선과 어느 정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 거 같
 
다(예를 들어 공평과세나 복지예산의 증액 같은 것이 그럴 것이다).
 
내가 굳이 말하자면, <굿뉴스>에는 온건보수 對 수구꼴통의 대결구도라고 할 것이다.
 
(2) ''좌가 퍼오는 글에는 비난 찾아보기가 힘들고 우가 퍼오는 글에는 비난이 화살처럼 날아오니 펌글마저 비대칭"이
 
라 염려하시는데,
 
내가 공감이 가면 펌글을 추천하고 격려사도 다는 것이고, 비판할 내용이면 비판하는 거지, 토론에 무슨 중립이 있어
 
야 하는가?  
 
그리고 지난 여름에 노병규, 임상수 나중에는 양찬일 세 사람이 매일 한 두편씩 펌글로 게시판을 도배한 것을 잘 모
 
르시는 것 같다. 그 때는 오히려 펌글의 수구편향을 우려할 정도였다.
 
이제서야 다소 균형을 잡아가는 중인데 "펌글의 비대칭"을 염려하시는 마음이, 꼭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이
 
라며 비방중상하는 이명박과 수구세력들의 논리와 비슷해서 몹시 유감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좌가 퍼오는 글" 어디가 마르크스-레닌적인지 설명하셔야 할 것 같다.
 
 
 
 
5. 최영란의 교리해설
 
 
 
(1) "하느님을 말할 때면 꼭 등장하는 것이 빛입니다. / 지옥을 말할 때면 꼭 등장하는 것이 불입니다."
 
여기는 토론실인데 최영란님이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거 어디서 좀 들어본 것과 비슷하다.
 
 
"왼편은 마귀의 편, 지옥에 들어갈 사람의 편" 이라는 김홍도(5월 25일 설교, <성경의 좌파와 우파>)를 연상하게
 
하는데,  정치적 상황을 이런 식으로 교조적으로 해석하시면 곤란하다.
 
자유게시판에서 나주마리아교도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여기서도 교리해석인가?
 
 
(2) "촛불이 빛일 때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불의 느낌이 강해졌을 때는 끔찍했습니다."
 
지금 촛불에 호되게 데인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 말고 아무도 없다.
 
오히려 대다수 시민들이 이명박과 그 추종세력의 부패와 무능때문에 고통당하고 있는 사실을 굳이 말씀드려야 할
 
까?
 
 
(3) 촛불이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하셨다.
 
나는 6월 말 이후 경찰이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장소를 원천봉쇄하고 마구 잡아들이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영란님은 예전처럼 대규모 집회를 '못하게' 된 것을 '안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시는 것 같다. 
 
 
 
6. 마치면서
 
 
최영란님의 글을 읽으면서 글의 좋은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동떨어진 상황 인식과 현실이해가 아쉬워서 그만
 
장문의 글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것은 최영란님이 말씀한 것처럼 오랫동안 <굿뉴스>에 접속을 안하셔서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최영란님의 좋은 글과 따뜻한 마음을 내가 너무 꼬치꼬치 따지는 것 같아서 다소 송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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