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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답고 하느님 백성답고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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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peace-maker] 쪽지 캡슐

2008-10-19 ㅣ No.8658

 
 

문규현 신부님 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 http://blog.daum.net/paulmun21/7318665

 

 

 

 

교회답고 하느님 백성답고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종

 

2008년 10월 19일 연중 제29주일




 


고대 이스라엘은 신정일치(神政一致) 사회였다. 하느님께 모든 중심을 두고 하느님과의 관계에 헌신하며, 그 정신이 사회 모든 시스템과 생활의 원리로 작동하게 했던 것이다. 히브리 성서를 보면 이스라엘은 자신의 기원을 하느님의 부르심에 두었다. 또한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의식으로 무장하였다. 이스라엘은 자기 역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하느님의 부르심과 이스라엘의 응답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이해하였다. 그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유대 정복과 예수살렘의 파괴, 그로 인한 유랑생활이 단순하게 정치적인 참화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요구하신 바에 대한 불신앙과 불순종의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고대와는 달리 현대에는 대부분 국가에서 종교와 정치는 엄격하게 분리되어있다. 그래서 현대의 신앙인들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일을 정치 영역과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분명한 것은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회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 책임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 세상을 ‘세속’으로부터 떼어내어 교회 안에만 진리와 구원이 존재한다던 시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쇄신되었다. 이 공의회는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읽고 그것을 복음의 빛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 교회는 세상과 평행을 그으며 가는 존재도 아니고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존재도 아니다. 교회는, 교회답고 하느님 백성답고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종(servant)이다. 교회와 교회 구성원들은, 비인간적이고 불의하며 반생태환경적인 정신과 태도,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조건 아래서도 두려움을 넘어서며 나아가야 한다.


신앙인들의 삶은 비종교인들과 별개가 아니다. 신앙인들은 정치든 종교든 모든 영역 속에 속한다. 진정한 신앙은 하느님 구원의 섭리와 은총이 세상 구석구석 닿을 수 있도록, 사람이 있고 생명이 존재하는 어느 곳에서건 말과 행동으로 신앙인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집안에서건 집밖에서건, 가족들 속에서건 사회생활에서건 균열 없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정치는 정치고 종교는 종교라는 논리가 있을 수 없다. 도리어 종교적 사안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더 좋은 사회, 세상과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신앙심을 세상 속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살고 행하신 바이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이유이다.


그 같은 노력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진실이었다. 이사야, 아모스, 예레미야 예언자 등의 경험을 떠올려 봐도 그렇고, 물론 예수님의 경우도 그렇고,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려는 중에 고통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교회의 구성원들은 하느님의 구원 목적이 이 세상에 충만하도록, 또 마침내 성취될 때까지 인내하고 끈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그는 “구원을 추구함에 있어 우리는 현세적 임무를 성덕 및 성화에서 분리시키는 이원론을 피해야 한다.”(메델린 문헌)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죽음 저편뿐만 아니라 여기 땅위에서도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길을 갔다. 그의 예언자적 가르침이 다시금 마음에 새겨지는 시절이다. 


        교회의 사명은 가난한 이들이 정의를 위해서 싸울 때 그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는 구원을 얻습니다...(중략)


        하느님의 이름으로, 고통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이들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간청합니다. 그리고 명령합니다.

        

        이 억압을 멈추십시오.

        


        - 전국에 생중계되었던 로메로 대주교의 강론 中




로메로 대주교는 이렇게 간절히 청하고 기도하였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우리의 희망은 결코 죽어서는 안 됩니다. 대신에 새로운 형태의 인류가정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는 시대의 징표가 되는 곳에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인류를 위하여 자신을 바치시고 피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시여, 고통과 슬픔 속에 저희 스스로를 봉헌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바로 당신이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참 정의와 참 평화를 알게 하도록 그리 하셨듯이. 하느님 나라는 이미 이 지상에 신비로 현존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에는 그것이 완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을 고무하는 희망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모든 노력은, 특히 불의와 죄악이 만연했을 때의 노력은 하느님이 축복하시고 하느님이 원하시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로메로 대주교는 암살당했다. 1980년 3월 24일 이후 그의 음성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의 메시지와 활동은 지금도 살아있다. 그것이 하느님이 축복하신 노력이었고, 하느님이 원하신 것이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바이기 때문이다.


 

10월 19일 문규현 바오로 신부

 

 






기도...평화의 길, 생명의 길,사람의 길을 찾아서 (오체투지 순례단)
http://cafe.daum.net/dhcpxn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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