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대구지하철 참사 [부녀의 쪽지편지}

인쇄

조보나 [sanghoo] 쪽지 캡슐

2003-02-22 ㅣ No.3700

 

 

 

<대구지하철 참사>`

 

 

“엄마딸 민이 왔어요. 진수는 화요일 날 귀국한대요. 별 고통없이 임종을 맞았죠? 엄마 전날에 같이 목욕갔다 왔잖아요. 목욕하고 임종 맞으면 좋은 곳에 간대요. 부디 생로병사의 고통없는, 다시는 아픈 허리 때문에 고생 받지 않는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토록 좋은 엄마를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여태껏 호강 한번 해드리지 못하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처럼 살림걱정 자식걱정하면서 너무나 열심히 살았잖아. 이 세상 어느 가정 부인이 당신만큼 절약하면서 자나깨나 자식 잘되라고 빌고빌며. 이것이 무엇이냐. 저 세상 가서는 여보 모든 걱정 놓고 극락왕생 하시오. 한맺힌 것 모든 걱정을 버리고 고이고이 극락왕생하기 바라며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당신 남편 배봉조.”

 

21일 오후 5시. 이루 헤아릴수 없는 인파가 밀려든 대구 화재참사 현장 중앙로역은 부녀가 써 붙인 이 두장의 쪽지로 눈물바다가 됐다.

 

지상 계단 입구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더미 앞에 나란히 걸린 이 쪽지의 주인공은 실종자 명단 241번에 접수된 이경희(58·대구시 동구 금강동)씨의 남편 배봉조(58)씨와 딸 민(27)씨.

 

이씨는 사고 당일 안심역에서 중앙로역까지 가기 위해 1080호 전동차를 탄 뒤 연락이 끊겼고 배씨 부녀는 사고 후 이씨를 찾기 위해 현장은 물론 시내 모든 병원과 사고대책본부, 차량기지 등을 밤새 돌았지만 끝내 희망을 접어야 했다.

 

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여겨온 이씨는 장남 호성(32)씨를 서울대 법대에 진학시켜 변호사로 키웠다. 장녀 민씨도 어머니의 후원속에 고시를 준비중이었고 차녀 진수(25)씨는 프랑스에 유학중이다.

 

민씨는 “21일 오후 1시쯤 아버지와 함께 중앙로역에 가 쪽지를 작성했다”며 “엄마가 보고 싶어 못견디겠다”고 울먹였다.

 

대구〓배한진기자 bhj@

 

 

 

 

 



7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