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주일(나해) 요한 1,35-42; ’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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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1-01 ㅣ No.5633

연중 제2주일(나해) 요한 1,35-42; ’24/01/14

 

  

 

 

가끔 사람들이 신비한 일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큰 사고가 났는데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거나, 병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다시 의식을 차리고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거나, 그럴 때 사람들은 흔히 하느님을 만났다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가리켜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 라고 선언하는 말을 듣고, 요한의 제자 두 사람이 예수님의 뒤를 따라갑니다. 예수님께서는 뒤돌아서서 그들을 보시고는 무엇을 찾느냐?”(38) 라고 물으십니다. 그러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38) 라고 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와서 보아라.”(39) 라고 말씀하시고 그들을 데려갑니다. 그런데 오후 네 시쯤부터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39)고 하는 제자들 중 안드레아가 다음 날 형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41) 라고 전합니다. 그들은 과연 예수님이 묵으시는 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영화에서 그리듯이 우주선을 발견했거나, 동굴 같은 숙소에서, 무슨 신비한 현상이라도 목격한 것이었을까? 그 제자들은 무엇을 보고 겪으며넛, 예수님이 하느님의 메시아라고 판단한 것일까?

 

그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도 해봅시다. 우리는 성당에서 무엇을 통해, 어떻게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했는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소리를 듣고, 그리스도 예수님이 우리 삶의 주인이고, 우리를 구해주시는 주님이라고 확실히 믿게 되었는지? 우리가 일반인들의 종교신심처럼, 그저 산신령이나 삼신할미께 비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믿고 비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 첫 번째 독서를 보면, 사무엘은 자기를 부르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사무엘서의 기자는 사무엘이란 어린아이가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귀로 듣는 것같이 묘사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처럼 육을 가지신 분이 아니라 영이시기에 영의 움직임을 육이 감지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우리가 성경이나 영화나 드라마에 묘사된 것처럼 영의 움직임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영의 소리를 두 귀로 듣고, 영의 접촉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정신병원에 가야겠죠.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어오신 이유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주 하느님께서 몸소 우리와 똑같은 언어구조와 감각의 구조를 간직한 육을 취하여, 우리와 직접 소통하러 오신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 예수님마저 하늘에 올라 영이 되신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 예수님의 제자들의 모임인 교회 공동체가 자신들이 듣고 보아온 주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적어 놓은 책, ‘성격책과 글로 적어 놓지는 않았지만 관습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성전에서 예수님과 예수님의 아버지 하느님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런데 비단 그분에 대해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분을 만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우리가 어제까지 읽던 복음의 말씀이 오늘 새롭게 들려올 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난다고 표현합니다. 어제까지는 그저 책의 한 구절이었지만, 오늘 그 뜻을 확연히 깨닫게 되고, 더 이상 그저 좋은 말이 아니라 내게 깨우침을 주고, 또 그에 따른 기쁨을 주고, 그 복음 말씀대로 새 생명의 길을 걸어가게 될 때, 우리는 사무엘이 주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되듯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는다고 말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그리고 그 말은 그저 표현만이 아니라, 직접 그 말씀을 통해 주님의 뜻을 깨닫고, 나를 향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말합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말씀을 통해, 내게 들려온 하느님의 뜻을 내 삶에서 적용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예언자들이나 성모 마리아를 부르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그리고 마침내 주님의 뜻을 이루어내는 복된 이가 될 것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45)

 

예수님께서는 안드레아의 말을 듣고 주님을 찾아온 시몬을 바라보며 말씀하십니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요한 1,42) 이 말씀을 들으며 생각합니다. 우리도 세례를 받을 때, 우리 과거의 생각과 행동을 복음의 빛으로 바로 잡아, 복음을 따르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하고 새로운 이름을 받지 않았던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믿는다고 하면서 아무런 실천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교회라는 주차장에 서있는 차에 불과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오늘 두 번째 독서에서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주님을 다시 일으키셨으니, 우리도 당신의 힘으로 다시 일으키실 것입니다.”(1코린 6,14) 그러면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우리 모든 신자가 한 몸이 된 우리 교회를 상기시킵니다. “여러분의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라는 것을 모릅니까?”(15)

 

세례로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교 신자는, 그저 자기 홀로 천주교 신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 예수님을 모시고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러주십니다. “주님과 결합하는 이는 그분과 한 영이 됩니다.”(17)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는 것처럼 느끼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그리스도 예수님을 바라보고 싶어합니다. 실제로 주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주님의 일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잘 났고 못났고 따지기 전에 영이신 주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 육인 우리를 통해 활동하십니다.

 

언젠가 시골 벌판 위에 성당 하나 동그마니 짓고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수를 가거나 피정을 가거나 휴가를 가거나 성당을 비우고 어디를 가면, 꼭 무슨 사고가 났습니다. 그래서 어딜 가든 될 수 있는 한, 밤이 늦어도 꼭 성당에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번 그런 경우를 겪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 나는 별 것이 아니어도, 주님께서는 내 한 몸뚱어리를 통해 일하시고자 내가 필요하구나! 주님께서는 사제라는 한 인격을 통해 임하시고 활동하시는구나!’

 

교우 여러분, 여러분도 교회 공동체의 사제뿐만 아니라, 가정의 가장, 또는 부모도 세상 어느 누구와 똑같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여기실지 모르지만,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맞는 영으로 함께하신다는 것을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그 성령을 여러분이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님을 모릅니까?”(19) 아마 그래서 우리가 겁도 없이 예비신자들을 성당에 모실 수 있는가 봅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우리를 통해 일하고자 하시는 주님의 뜻에 따라 감히 와서 보시오”(요한 1,39 참조) 라고 외치며 교회 공동체에 초대합니다.

 

주 예수님을 아는 깨달음과 그 기쁨에 그치지 말고, 주 예수님의 힘으로 주님 복음 말씀을 자신의 일상과 가정과 동네와 직장과 사회에서 직접 실현하며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나갑시다. “하느님께서 값을 치르고 여러분을 속량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20) 그리하여 주 하느님께서 마침내 이 땅에 구원의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실 수 있도록, 우리를 주님의 도구로 봉헌하여 주님 뜻이 우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랑의 삶을 시작합시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요한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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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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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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