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코딱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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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1-03-13 ㅣ No.4378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자기 전에 굿뉴스의 대화방에 들어가서 제 또래의 사람들과

챗팅이란 걸 한답니다.

늘 만나서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론 우스개 소리나 농담도 하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지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오늘은 제가 화두를 던졌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리 크지 않은 오해로부터 시작하여 그 매듭을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  꼬이는 것처럼 느껴져서 답답하기 그지 없을 때 어떻게 하여야 하느냐구요..

 

 

여러분들이 좋은 해결책들을 많이 알려주셨지만요...

 

그 중에  참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코딱지에 대한 비유인대요...

 

 

 

’어떤 사람이 콧 속의 코딱지가 너무 갑갑해서 손가락과 손톱을 이용해서 그걸 빼내려고 하였답닌다.

다행하게도 그놈의 코딱지가 한 번에 잘 빠져주면  답답하게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시원하겠지만

손가락의 놀림이 시원치 않아서 자꾸 비비적 대다 보면

문제의 코딱지는 점점 불어서  더 깊숙히  숨어 버리고

콧구멍은 점점 더 조여져서, 내 힘으로 그 코딱지를 빼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거죠.

그럴 땐 그냥 내버려두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는 거에요.

어떤이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수술을 하라든지 아니면 뾰족한 핀셋으로  깊숙히 박힌 그 놈을 꺼내던지 하라지만 전 차라리 무디게 박혀서 갑갑하지만 자연적인 생리현상 (가령 재채기 같은...) 을 기다려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동안은 억지로 그것을  빼내려느라구 예리한 핀셋에 콧속을 많이도 다치게 했던 거 같아서요. ’

 

 

마치 지나가던 신사의 옷깃을 억지로 열려는 바람의 헛된  노력처럼요.......

 

 

이젠...

 

 

기다릴 줄 아는 햇님의 느긋함을 더 많이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엔 하찮고 쓸데없이만 느껴지던 코딱지가 저의 훌륭한 스승이 되셨답니다.

그래도 많이 갑갑해서 죽을 지경인 코딱지이지만

저절로 재채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는 여유로움을  배워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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