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넘 슬픈이야기

인쇄

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1-05-19 ㅣ No.6177

아내의 빈자리 2(펌) -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5년

 

이제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만도 한데.

 

아직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일년전에 아이와 그 일이 있고난 후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의 몫까지

 

더욱더 신경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아이도 나의 걱정과는 달리 티없고 맑게

 

커가는것 같아서 아이에게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아이의 나이 이제 7살 얼마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내년부터는 학교를 갑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단 한차례 매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아이가 그 날 유치원을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회사를 조퇴하고

 

바로 집으로 와서 아이를 찾아봤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애타게 아이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놀이터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더군요

 

너무나도 아이에게 화가나서 집으로 온후

 

아이에게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않고

 

잘못을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은 유치원에서 부모님을 모셔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몇일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을 배웠다고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이는 저녁만되면 자기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글을 써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비록,

 

아내가 없지만 하늘에서 아이의 모습을 보곤

 

미소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난 또 다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년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겨울이 되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올때쯤 아이가 또 한차례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 날 회사에서 퇴근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전화는 우리 동네의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않은 편지 300 여통을 넣는 바람에

 

가장 바쁜 연말에

 

우체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전화가 온것입니다.

 

서둘러 집으로 간 나는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을려던 매를 또다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변명을 하지 않고

 

잘못했다는 소리뿐이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맞는데도 변명을 하지 않자 난

 

아이를 때리는 것을 그만두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받아왔습니다.

 

편지를 가지고 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도대체

 

왜 이런일을 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거라고요...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앞에 있는터라

 

아이에게 티내지 않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번에 보냈냐고요...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편지를 계속 써왔는데

 

우체통의 턱이 높아서

 

자기의 키가 닿지않아 써오기만 하다가

 

요즘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입구에 손이 닿길래

 

지금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번에 넣은것 이라고 하더군요...

 

전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 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할지

 

막막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아이에게 난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깐

 

다음부터는 편지를 쓰고

 

태워서 하늘로 올려보내라고요.

 

그리고 그 편지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그 편지들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태우던 편지들중 하나를 들고 읽어 보았습니다.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찬치를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날까봐 아빠한테 얘기안했어

 

아빠가 나 찾을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도 난 끝까지 애기 안했어

 

얘기하면 아빠가 또 엄마 생각 나서 울면 어떻해..

 

나 매일 아빠가 엄마생각나서 우는거 본다

 

근데 나 엄마 생각 이제 안나..

 

아니..엄마 얼굴이 생각안나...

 

엄마 나 꿈에 한번만 엄마 보여줘..

 

알았지?...

.............

 

그 편지를 읽고 또다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도대체 이 아내의 빈자리는

 

언제 채워질까요?....

 

아니,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이 자리는.

 

나의 눈물로만 채워야 하는걸까요..

 

정말이지 아내가 떠난 빈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해서

 

시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있을때의 조중함을 잊고 삶니다.

그리고 지난후에 그의 소중함과 그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깨닫곤 하지요.

아무리 원수 같은 사이일지라도 없을 때보다는 있는것이 낫다는

어른들의 말씀입니다.

멀리 떠난 후에 손을 들어야 야무 소용이 없답니다.

저는 늘 우리 아빠에게 응석받이로만 자랐습니다.

그분의 고통과 그분의 마음과 그분의 기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채

내 마음대로 행동했고 하고싶은 대로 고집을 부리며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아빤 제게 야단한번 치지 않으셨지요.

그러다 결혼을 시키고 보름후에 바로 돌아가셨어요.

철이 들어 이제 부모님을 조금 알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안 계시고 잘 해 주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아빠 생각만 하면 늘 후회를 한답니다.

그것이 교훈이 되어 이제는 살아계신 부모님들께만이라도 잘 해 드리려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네요. 사람은 늘 이렇게 후회하면 살아야 하는것인지...

좋은 주말 되시구요. 성지순례 잘 다녀 오십시오.

주님의 은총 가득히 받으시고...

저도 가고 싶지만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리...

날씨도 여러분들 모두 기쁨의 넘친 환한 얼굴로 성지순례 마치고 오시기를

기도 드릴께요

 

 

 

 

 

 

 

 

 



8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