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사라지는 모든 것은 자취를 남긴다.

인쇄

남상근 [raphaelangel] 쪽지 캡슐

2000-08-22 ㅣ No.3865

이제 저 자신을 뜨겁게 달구었던 여름 방학이 다 지나가려 합니다. 여러 좋았던 사람들과의 향기로운 기억이 다음 한 학기를 내리내리 지켜주겠지요.

 

신학생으로서 열 한번째의 방학. 내려놓아야 할 짐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풀어야할 숙제를 다 풀지 못한, 여전히 그런 방학이었습니다.

늘 그러했으니, 유난히 더 허탈하거나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더 자유로와지지 못한 여름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더 충실하지 못한 여름이었습니다.

그러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이즈음에 마음이 덜컹앉습니다. 당연하지요. 새계절이 와도 아무 열매 맺지 못할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러신 적이 있으시겠지요. 제 심정을 다 헤아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젠 신학교 낙산 언덕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뭐 정리할 것도 없고 찬 바람 불어오면 다시 뵙겠지만 아쉬움도 아닌 마음의 떨림이 있습니다. 눈에 밟힐 듯한 좋은 사람들을 한 동안 잊고 지내는 훈련을 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떠나라"(루가 10,3)고 주님께서 말씀하시니 떠날 따름이지요. 제 삶의 갈피갈피를 채워주신 미아3동 공동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잠시 떠나있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주님 사랑 안에 복된 날들 되시기를....

 

                                라파엘 신학생 드립니다.



8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