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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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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철 [zxya] 쪽지 캡슐

2006-01-24 ㅣ No.2681







교회가 나서야

 
오늘날 인터넷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후보가 당선된것은 네티즌들의 활약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최근에는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자를 제재하자는 내용의 재외동포법 부결을 두고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 지면서 폐기된 법안을 부활시켜 대안 법안까지 만들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그맘큼 대한민국 정당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뒤덮은 네티즌의 의견과 거기에 달리는 무수한 댓글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토하고, 말초적인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여론몰이식 편싸움은 종교 문제에서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교리에 따라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이전투구나 다름없다.

[인터넷 '종교전쟁']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등에는 종교 카테고리가 있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가톨릭 카테고리는 두메산골 외딴집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하지만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하여 천주교측이 반대 성명을 내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공방은 끝이 없었고,가톨릭 신앙의 근본까지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글과 댓글이 난무했다. 가톨릭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나아가 황우석 교수의 추종자는 물론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혜택을 받을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까지 나서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자유게시판을 공격하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하나님의 교회 안상홍 증인회'가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이자 인터넷 지식검색의 대명사로 통하는 "지식in"의 가톨릭 카테고리를 점령했다는소식이 들렸다.

들여다보니 가톨릭 신자인척하면서'이른바 가톨릭이 주장하는 교리'에 대해 어이없거나 비꼬는 질문을 하고,또 같은 편 사람이 가톨릭과는 전혀 상관없는 답변을 하며, 질문한 사람이 그 답변을 채택하는 행위가 반복되곤 하였다. 채택된 답변도 가관이었다. 한때는 안식교와 여호와의 증인이 좌판을 벌이더니, 이제는 안상홍 증인회가 판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프로테스탈트 일부 신자까지 여기에 똬리를 틀고 가톨릭 신자들을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포털 사이트로 예외는 아니지만, "지식in" 은 그 정도가 심해 보였다.

[그렇다면 가톨릭은?]


몇몇 가톨릭 신자들은 자신이 즐겨 찾는 포털 사이트의 가톨릭 카테고리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답변한다. 거기에서는 '햐, 이런 질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황당한 질문들을 비롯해서 가지가지의 상황과 상식,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 올라온다. 답변들을 살펴보면 더러 틀린 답도 있지만 아주 깔끔한 답도 있으며, 웬만한 지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답변도 올라 온다. 이렇게 활동하는 사톨릭 신자들의 커다란 업적이 있다면, '기독교' 카테고리를 '개신교'로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통계청에도 반영되어. 인구통계의 종교부문에서 써오던 '기독교', '천주교'를 '개신교', 천주교' 또는 '기독교(개신교)', '기독교(천주교)'로 바꾸어 쓰게 되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활약이 개신교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미약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종교간 각축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온라인상에서도 가톡릭의 '내성적'성격은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더 이상 선교할 데가 없다는 듯 온라인에 파고드는 개신교와 유사종교들의 공격은 물불을 가리지 않은 뿐 아니라 조직적이기까지 하다. 그 활동영역은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주교회의 홈페이지의 신앙상담 게시판에서 자기 교단에 불리한 답변을 발견하자마자 삭제해 달라고 전화하는 것은 물론, 가톨릭 카테고리를 점령하다시피 하며 선교에 치중하는 형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점잖은 가톨릭 신자들을 슬쩍슬쩍 건드려보거나, 그러다가 논리가 달리면 우기기일쑤이거나, 어쩌다 들은 왜곡되고 잘못된상식을 계속 되새김질하며 써먹고 확대 재생산하는 데 없청난 노력들을 쏟는다. 이러한 몰지각한 형태에 가톨릭 신자들이 이의를 달면 비방신고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면 중복으로 신고하고, 올바른 답변을 내면 불법정보로 신고하며, 참다못해 한마디 하면 그대로 복사해서 운영자에게 신고하는 등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교회가 나서야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톨릭교회가 안을수 밖에 없다. 가톨릭을 음해하는 답변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낸 잘못된 답변들까지, 가톨릭을 오판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들이 인터넷의 속성상 그대로 유포되어 정론으로 둔갑하고, 가톨릭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정답처럼 되어버린다. 교회가 나서야 할 시점인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네이버 "지식in"의 가톨릭 커테고리에서 활동하는 다수 답변자 100명중 수도자는 약2명, 개신교 출신은 3명 정도, 스스로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사람은 20명 내외였다. 그것도 "무늬만 신자이고,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짐작이지만 사제는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인터넷의 무차별 여론몰이를 뜻하는 '네카시즘'(네티즌+메카시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에서 보듯이, 네티즌의 여론은 잡단적이고도 조직적인 익명의 세력에 의한 한번 형성되고 나면 그대로 '정론'이 되어버린다. 물론 네티즌을 통해 형성된 여론이 대세는 아니라 해도 가볍게 여겼다가는 큰코 다칠 수가 있다. 휘둘리지 말되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합리적인 토론은 불가능하더라도 대책을 마련한다면 마녀사냥식 공격이나 불합리한 여론몰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수많은 네티즌이 드나드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본격적 설득과 논쟁을 시작할 시점이다. 그러려면 이른바 범교구적인 ' 네티즌 서포터즈'를 결성해서 가톨릭을 음해하거나 잘못된 정보들이 흘러다닐 여지를 줄여나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주교회의 사무처는 이데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고,전국 홍보국장 희의에서 문제를 논의한 다음 주교회의 총회에 대착을 공식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실천방안의 한 예를 생각해 본다면, 우선 사제들부터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교구 홈페이지는 물론 대형 포털사이트의 가톨릭 카테고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교구별로 인터넷에 익숙한 사제들이 네트즌 사제단, 사이버 사제단 등의 조직을 결성하고, 신자들과 함께 교구별로 포털 사이트를 하나씩 맡아 대응하면 어떨까?

강동성 플로렌시오/ 한국 가톨릭 전산원 전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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