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성당결혼이냐 혼배성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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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진 [hanu] 쪽지 캡슐

1999-09-14 ㅣ No.281

역시나 성당 결혼? 혼배성사?에 대한 논란이 있었군요.
저도 어찌나 답답하던지... 결국 이곳까지 오게되네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은 제가 보기에는 참 젊잖게... 성질
죽여가며? 완곡하게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뭐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일종의 고발인데요.. 이러한 글에
작은 결혼식, 아름다운 결혼식... 의 대답은 좀 공허한 듯
합니다. 다들 되도록 형편껏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각 성당에서 그렇게 못하게 하니까요....

주님의 성당에서 하고 싶어도 돈이 부족해서.. 혹은 돈 따지는

성당이 싫어서 밖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타 본당에서 성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걸 생략
하고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고, 그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했
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두 사람이 좋아서 식
단촐히 올리고 그냥 형편껏 같이 사는 것이 아니더군요.

(뭐 이 부분은 일련의 글들의 핵심이 아니니까 더 길게

언급 안하렵니다. 바람직한 결혼문화의 정착은 또 하나의

다른 논제이거나 성당 측 횡포가 바로 바람직한 문화 정착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까요.)

신랑은 고양시고 신부는 과천시 거주자인 셈인데요... 토요
일에 와줄 친지, 동료, 지인 들을 생각하면 과천이나 고양
에서 하기로 결정하긴 쉽지 않겠더군요... 중간 쯤에서 몇
성당을 알아봤는데요... 타 본당 신자들을 받아주는 성당이
의외로 적구요... 또 7,8개월 전에 알아봐도 원하는 날에
성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형편입니다.

물론 형편과 바램에 더 적합한 성당을 고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정상적인 생

활을 성실히 해가면서 얼마간의 시간을 가지고서 발로 뛰어 알

아보는 결과는 다들 비슷할 것입니다. 요즘 현명하지 않은 신랑/신부

는 없습니다.  이들은 정말 한 푼 줄이고 의미있는 결혼식을 꿈꾸고 있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며 준비합니다.


그래서 **본당으로 간신히 시간이 되길래 정해서(그것도
오후 5시에 겨우 비더군요) 사무실로 찾아갔는데.. 물론 그 본당에
대한 악명은 듣긴했습니다만.. 처음부터 촬영과 식사는...
아시죠? 하더군요... 그 본당에서 성사를 봤던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지정업체로 하더라도 그리 크게 불만스럽지
않았다고 해서..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만... 폐백을 안하고
연회장?을 하나만 이용해도 고지서에 아예 들어있는 성전
건립기금 50만원 반주, 축가 12만원, 성당 연회장 사용료,
제대 꽃값 등등.. 해서 120만 원에 이르더군요.

저희는 서울대교구 청년 단체에서 소개로 만나게 되었기에
그 단체 지도신부님과 친분이 있던 신부님의 집전으로 성사
를 하려는데... 옛 동료들이 해설과 반주, 축가를 해 줄듯 합
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 본당에서 성사를 봤었던 사람들 말로는 성사
도중 축가도 못부르게 했다고 하네요... 해설자도 본당분을
모셔야만 하구요... 축가도 본당분들만 해야된다고.. 거의 목숨
걸고 강요하더랍니다.

글쎄.. 성당 사정도 있겠지만.. 저도 동료들 결혼식에 이 본당
저 본당 축가도 많이 불렀고 반주도 해봤습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비용문제로밖에 결론이 나질 않더군요.

글쎄.. 저는 혼배 성사를 하고 싶습니다. 성스러운 성사를 통해
성화되어 성가정을 이루고 예수님과 교회가 하느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성사이듯 우리 또한 혼배성사를 통해 하느님을 드러내
는 표징이자 성사이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성당입구에서부터 성당결혼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지정업체로부터 받는 돈만큼 헌금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구요.. 아직 사무실을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만(곧 찾을 예정입니다)
반주와 축가를 강요한다면 헌금으로 내겠다고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글쎄 돈을 최고로 여기는 예식장에서도 워낙 업체의 강요가 폭로되
서인지 공정위 등이 지정업체 강요 등을 단속하고 업체에 영업정지
와 과태료 등의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이러한 이야길 들었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고... 뭐 다 누워서 침뱉기지...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성당결혼..의 느낌이 되어버리는군요.

교회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합니다.
이런 사례는 한 둘이 아닙니다. 또 사례의 성격상 입소문을 통해
엄청나게 퍼지게 되어있습니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겠지만요...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를 결혼시킬 것이고 또 거의 모든 남녀 신자
는 성당에서 결혼을 할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남의 말만 듣고는
성당에서 그렇다는 것이 기가 막혔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는데요.
또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성당 저 성당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해주었는데.. 직접 발로 뛰며 알아보니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관면혼이나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막 입교하여 결혼하는 경우
또 오랜동안 냉담하다 성사를 하게되는 경우...  후.. 제 주위의 경우만
열거해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그들이 받을 상처와 전체에 대한 불신감

은 그저 신앙심의 부족일 뿐인가요?

글쎄 모든 서울 대교구내 본당에서 이런 부조리가 일어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부조리가 없는 경우에도 막상 당사자는 어휴..
다행이다... 사무실에서 아무 말이 없어 오히려 놀랬다.. 고 말합니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예식장도 모든 곳에서 옵션을 강요하진 않거든요.


이런 문제는 공론화 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당 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작은 결혼을.. 의미있고
아름다운 결혼 문화를 교회가 지향한다면 오히려 그러한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일말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본당 신부님은 그저 입다물고 있고... 사무장님이 보통 총대를 메고
악역을 맡고... 뭐 이러한 부조리는 그냥그렇게들 생각하고 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어휴.. 장사하는 예식장에서도 당하면 고발하
고 난리나는데... 교회에서 그렇다면... 막상 당하는 사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속터져도(냄비, 밥
그릇 몇 천원 더 싼 거 사러 몇 일씩 인터넷에서 뒤지고 발로 뛰고...
하는데 말예요) 크게 드러내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현실은 이제 끝났
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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