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전례의 자세 - 합장

인쇄

이기란 [omsal] 쪽지 캡슐

2000-02-29 ㅣ No.438

-- 글을 읽다가 동감이 되어 올립니다.

 

합장의 중요성

 

좀 지나쳐 보일 지 모르지만, 전례 동작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은

합장이라 하고 싶다.

합장을 못하는 이는 기도할 줄 모르는 이며, 나아가 그때그때 요구되는 전례적인 행동이나 자세를 올바로 취할 줄 모르는 이는 완전한 기도를 바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말씀과 행동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헌신 그리고 경의는 마땅히 마음이 담긴 말과 동작과 자세로 표현되어야 한다. 정성이 가득하고 혼이 담긴 몸짓이라야 살아있는 전례가 가능할 것이고, 그때 완전한 경신 행위가 이루어질 것이다.

 

합장은 번잡한 삶으로 흐트러진 자신을 가다듬고 인간 내면의 고요를 얻기 위한 외적 행동으로서 중요하다. 천천히 숨을 들이키며 합장을 해보라. 그리고 잠시 호흡을 멈추었다가 다시 천천히 숨을 내쉬어 보라. 모아진다. 들뜬 마음이 이내 차분해지고, 그 복잡하고 다급한 삶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걸 느낄 수 있다. 두 손이 아니라 열 손이라 하더라도 다 감당 못할 일상사가 숨을 멈추게 된다. 삶의 소란과 불안이 잠시 정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마태 6,6) 기도하는 일이 올바르고 합당한 합장으로 쉽게 가능해진다. 하느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 또 그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는 진정으로 합장을 해야 한다.

 

또한 합장은 순종과 항복과 평화의 표시다. 옛날 합장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표시였다고 한다. 특히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면서 마땅히 보여야 할 비무장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예컨대 사제 서품식에서 서품자는 수품자의 합장한 손을 그러잡고 수품자에게서 순명 서약을 받는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 합장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그분께 내어 맡긴다는 철저한 포기와 항복, 온전히 인내롭게 하느님을 신뢰한다는 기품 있는 인간의 행동이다.

 

"명상에 잠겨 영혼이 하느님과 홀로 머물 때면 마치 밖으로 흘러 넘치려던 마음의 샘물이 한 손에서 다른 손을 거쳐 다시 안으로 흘러들어가 하느님과 함께 머물게라도 할 듯 손과 손이 절로 깍지낀다. 이것은 자신을 거두어들이는 동작, 숨어 계신 하느님을 간직하는 동작이다. '하느님은 내 하느님, 나는 하느님의 것, 그리고 우리는 안에 함께' 머문다는 표현이다. …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하느님 앞에 서는 자는 두 손을 펴서 마주 대어 합장한다. 수신(修身)과 숭배를 말하는 자세다. 겸손하고 차분하게 말씀을 아뢰는 한편 귀담아 듣는 경청의 자세다. 자기 방위에 쓰이는 손을 고스란히 묶어 하느님 손안에 바치는 것은 항복과 봉헌의 표시이기도 하다."

(과르디니, [거룩한 표징], 분도 출판사, 1976년, 16면)



2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