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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신경 해설: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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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18 ㅣ No.43

[사도신경 해설 54]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 종말 사건

최영철 알폰소 신부(거창본당 주임)


“육신의 부활을 믿나이다.”는 고백은 종말에 대한 믿음 표명이다. 종말은 구원의 완성이므로 종말의 믿음도 반드시 신앙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신앙이 결핍되면, 목적의식 없는 삶처럼 알맹이 없는 신앙으로 전락한다. 내세에만 집착하는 신앙이 현세를 온전히 무시하며 현세 책임을 망각하는 도피주의에 빠진다면, 반대로 내세를 망각하는 신앙은 현실에만 집착하는 현세주의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균형잡힌 신앙을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종말관을 지녀야 한다.

육신 부활은 종말 사건들 중 하나다. 그보다 더 중요한 핵심 사건은 ‘주님의 재림’이다. 종말에 주님께서 다시 오시면 죽은 모든 이가 육신 부활하여 주님의 심판대 앞에 불려나가 심판을 받고 영원한 구원이냐 멸망이냐가 최종 판가름 난다는 것이 종말신앙의 내용이다. 마지막 날은 언제 닥쳐 올 지, 절대 모르는 사항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종말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며 예수께서 종말의 개시를 선언하셨고, 바오로 역시 주님의 첫 번째 오심을 ‘때의 충만’으로 표현하였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보내셨다.”(갈라 4,4) 종말은 ‘충만한 때’이고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시작되었다. 지금은 하느님 나라가 ‘이미’ 왔지만 ‘아직’ 완성되지 아니한 ‘중간시기’이다.

육신 부활은 ‘죽은 이들의 부활’이라는 성경 표현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죽은 이들이 마지막 날에 육신 부활하리라는 말이다. 바오로는 죽은 이들의 부활이 예수 부활의 전제이고, 예수 부활은 죽은 이들 부활의 첫 열매이며, 동시에 그 확증이라고 지적하면서 두 유형의 부활 사이의 관계를 이같이 설명한다.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 나셨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다. 그러나 각각 차례가 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시다. 그 다음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이다.”(1코린 15,16.20.23)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은 이들 부활의 확고한 보증이고 그 원형이자 모델이다. 그리스도께서 육신 부활하셨으므로 그분 안에서 죽은 이들도 육신 부활할 것이다. 부활한 주님이 제자들에게 십자가 흔적이 선명한 당신의 몸을 보여주셨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잡수셨고 나그네 차림으로 동행하기도 하셨다. 그분의 전 인격체, 영혼과 육신 전체가 하느님의 세계 안으로 되살아나서 제자들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나타나셨다. 죽은 신앙인들도 마지막 날에 ‘육신과 더불어’ 부활할 것이다.

심판과 부활은 구원 과정의 마무리이다. 창조가 하느님 홀로 할 수 있는 행위인 것과 같이 부활 역시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궁극적 사랑의 행업이다. 부활의 대상은 영혼만이 아니라 온 인격체이다. 인간 존재의 특정 부분만이 아니라 영혼은 물론 육신까지도 되살아난다. ‘육신 부활’이란 육신까지도 포함하여 인간의 전 존재가 하느님에 의해 변형되어 생명의 나라에 들어감을 뜻한다. 부활은 지금 지닌 몸 그대로 되살아나는 소생이 아니다. 과욕으로 육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죄를 범할 수도 있지만 육신을 통해 우리가 무수히 많은 선행을 행한다. 선행과 희생은 육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온전한 교류와 나눔은 육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육체와 더불어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고 돕고 사랑하며 성장한다. 육신이 최종 구원에서 제외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육신 부활은 지상에서 육신으로써 쌓은 가치들 그리고 부당하게 겪은 육신의 눈물과 슬픔과 고통 따위가 하나도 상실되지 않고 하느님에 의해 회복되어 후한 보상과 함께 영원한 가치를 지녀 하늘나라에 동참함을 뜻한다. “너희가 목마르고 굶주리는 형제에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주었다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31-40)

[2009년 6월 7일 삼위일체 대축일 가톨릭마산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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