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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페미니즘에 드리는 세가지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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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kspeter] 쪽지 캡슐

2000-03-10 ㅣ No.585

 

가톨릭 페미니즘 드리는 세 가지 부탁

 

   이러한 논쟁이, 서로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유감입니다.  모두가 같은 세례를 받은 형제 자매들인데, 의견 차이로 인해 서로 마음의 상처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번 토론에 글을 올려 주시고 지켜 보아 주신 모든 분들의 마음에 주님의 평화와 사랑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이번 계기로 인해서 이 사회에서 자신의 정당한 역할과 위상을 정립하려는 여성들, 그리고 그에 동감하시는 남성들의 목소리와 진지한 노력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제 서로를 기억하면서, 주님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평화와 화합을 주시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잠시 이 순간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보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세 가지 부탁은 가톨릭 페미니즘에 드리는 저의 기대 내지 소망입니다.  보다 건설적인 모습의 페미니즘의 탄생을 바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충언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첫째, 가톨릭 교회가 교계 구조를 통하여 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해왔다는 부당한 공격을 멈추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한 공격은 페미니즘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상당한 거부감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존엄(Mulieris Dignitatem),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인간생명(Humanae Vitae) 등 여성의 존엄성을 천명하고 있는 교황 회칙들을 비롯한 가톨릭 교회 가르침들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관련 이슈들을 신자들에게 접근시켜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이슈들이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다 호소력있게 다가가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둘째, 소모적이고 논쟁과 분열을 일으키는 여성 사제 서품 이슈보다는 보다 직접적이고도 급박하며 건설적인 여성 복지와 존엄을 높이는 일들에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낙태와 (인공) 피임이 여성과 가정과 우리 사회에 미쳐온 해악들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활동이라든지,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포르노그라피나 광고, 미인대회 등에 대한 반대, 매춘 근절을 위한 노력, 화장실 문화와 시설 개선, 직업과 승진상의 능력평가가 아닌 단순한 성차별에 의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고발, 직장 여성들의 임신과 육아와 출산권의 사회적 보장, 성학대와 아동학대, 가정내 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 등, 가톨릭 신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하고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이슈들을 충분히 활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세번 째, ’모성’ 폄하적 태도를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정에서 자녀 양육과 출산을 기쁨과 사랑과 보람으로 수행하고 있는 평범한 여성들마저 가부장제에 종속된 비겁자 내지 노예 수준으로 평가하고 비하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모성의 가치가 인정받고 존경받으며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 여성의 임신과 출산과 양육이 존중되는 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성의 사회 활동 보장과 아울러 모성 활동을 함께 여성의 전체성(wholeness)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우 받으시라는 의미입니다.

  모성과 출산과 양육을 제거하려는 여권 운동은 남성 우월주의를 모방하는 빗나간, 남성화된 페미니즘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존재와 사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성에 보다 직접적으로 결코 되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물론 부성에도 매우 큰 빚을 지고 있지요)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저는 지난 1994년부터 낙태와 (인공) 피임 반대 운동을 해온 청년입니다. 한국 페미니즘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는 서울 모 여대에 가서 낙태 피임 반대 강연회와 켐페인을 열려 하다가, 낙태와 피임을 여성의 권리로 주장하는 그 학교 총학생회로부터 거부당하고 쫓겨나보기도 한 적이 있지요. (다행히 그 학교 가톨릭 학생회의 도움으로 자그마한 강의실을 빌려 겨우겨우 강연회는 열 수 있었습니다만)  (제가 그동안 번역하여 만들어 놓은 생명에 관한 이슈들 자료를 열람하길 희망하시는 분들은 통신광장 > 자료실 > 공개자료실 > 생활/사무/가정 > 가정/생활 을 방문하시면 110편 이상의 자료들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여성 단체들이 여아 낙태를 근거로 한국 문화의 성차별 의식을 비난하고 있다는데 대하여 고소(쓴웃음)를 금치 못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낙태 피임 정책이 도입된 60년대 70년대부터 근 30년동안 여성 단체들이 낙태와 피임 문화 보급에 두팔 걷고 앞장선 첨병 역할을 해 왔음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단지 여아 뿐만 아니라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생명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태로서의 낙태를 고발하고 비판하고 분개했어야 했습니다.  부성(fatherhood)의 실종과 아울러 모성(motherhood)의 실종 역시 고발하고 자성했어야 했습니다.

 

  이제  잃어버린 모성, 그리고 부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솔로몬과 두 여인의 이야기에서 한 여인이 보여준 생명에 대한 진정한 모성적 용기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솔로몬과 두 여인 이야기의, 어리석었고 거짓말장이였으며 생명보다는 죽음을 선택한 다른 한 여인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울러, 그러한 모성적 가치는 여성을 보다 책임성있고 존경받는 사회적 리더로 만들어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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