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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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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규 [Augustine13] 쪽지 캡슐

2000-02-02 ㅣ No.1332

저에게는 3년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주위에서 가끔 그 소녀에 대한 걱정이 들려오곤 해서 그 소녀가 대충 어떤 아이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소녀에 대한 주위의 우려는 더 커져가고 그 소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생에 있어서 나쁜 길로 걸어만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에 대해

 

별로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그 소녀가 내 인생에 있어서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온 것 같습니다. 갈수록 뻔뻔해지고 대담해지는 그녀의 나쁜 버릇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기도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녀를

 

지도해줘야 할 사람은 당연히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용기를 내어 소녀의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라도 그녀에게 제 관심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저는 단지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은 소녀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한숨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제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몹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가 없는 지금 저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녀 또한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말입니다. 물론 그 소녀는 이런 저의 마음을 알리 없을 테지만

 

저는 그녀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도록 틈날 때마다 주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 한 소녀가 나옵니다. 모두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녀에게 예수님이 ’탈리다

 

쿰’, 즉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하시자 그 소녀는 일어나서 걸어다녔습니다. 지금

 

어딘가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소녀에게도 주님께서 똑같은 말을 하실

 

것입니다. 그 때 제가 아는 그 소녀도 주님 뜻대로 일어나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

 

일이 아닌이상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관계되는 것에만 관심가지는 우리의

 

마음에도 주님의 말씀이 내리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간에 우리 주위에는 현재 많은 소녀들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정말 우리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그들을

 

    외면하고도 주님 앞에서 당당하게 우리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는 사람인지, 아니면 저만 아는 사람인지 모를 이

 

    소녀를 위해서 화살기도나마 부탁드립니다. 제발 무사히 주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않도록 말입니다. 그녀가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하루빨리

  

    깨닫고 그 사랑을 마음껏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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