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추운날...

인쇄

노미진 [nohmj] 쪽지 캡슐

2001-01-12 ㅣ No.1573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작년 연말이었던가... 출근길에 꼭 교보에 들러서 책을 사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9시경 부랴부랴 교보로 달려갔죠..

 

근데, 영업시간이 10시부터라는 개떡같은 소리를 듣고, 낭패한 기분으로 발길을 전철쪽으로 돌렸습니다.

 

근데, 갑자기 병원차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직도 병원차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미지니... 뭔 일인가 싶어 그 자리에 멈춰 섰는데.. 그 차는 교보 앞에서 급정거를 했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구급대원 3명이 부랴부랴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나쳐 2미터 옆쯤 떨어져 있는 가로수 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나무 밑에 쓰러진 초로의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아저씨, 눈 뜨세요. 눈 떠보세요."

 

대원들은 그 남자의 빰을 치고 몸을 부볐습니다. 그리고 손전등 하나를 꺼내서 남자의 눈을 뒤집어 비췄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는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아마도 얼어죽었겠지요..

 

전날 일기예보에선 분명히 날이 풀릴거라고 했지만, 그것도 그나마 걸칠 옷이 있고 잠잘 집이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나 봅니다.

 

가슴에 찬 바람이 쌩~ 스쳤습니다. 저도 분명 그 앞을 지나쳤건만, 병원차가 오기 전까지 그가 그렇게 쓰러져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뭐가 그리 바쁜지.. 정작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습니다.

 

 

지난주, 강론 시간에 들었던 노래.. 그 노래를 들으며 그 남자를 떠올렸습니다.

 

더러는 훌쩍이고 마음 아파 했던 분들 계셨겠지요.

 

하지만 저는 울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몰랐던가요? 아니오. 우린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외면했을 뿐이지요.

 

우리의 꺼림직해진 양심.. 몰랐다고, 정말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부정하고픈 그 마음은 결국....

 

주님이 언제 굶주렸고 감옥에 갇혔으며 헐벗었습니까, 하고 물어보는 어리석은 사람들과 같은 모습일테니까요...

 

눈물은 잠시 접어두고, 다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생각나면 한번씩 울면서 아파하다 돌아서서 잊어버릴게 아니고...

 

이제는 뭔가 행동을 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미지니입니다..

 

 

가장 가까이에는...

 

돌아오는 주일에 구역내 불우이웃을 위한 2차 헌금이 있답디다.

 

아주 작은 시도로, 우리 그것부터 시작해 볼까요...

 

 



5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