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사랑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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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Domi25] 쪽지 캡슐

1999-11-17 ㅣ No.1112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이라는 아이를 대신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겼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을 알면서도

 

 당신과 나의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목숨을 내던집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이라는 아이와 달라서 간사함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나와 당신을 차별합니다.

 

 당신이 부릴 때는 겸허히 고개숙여 순종하면서도

 

 내가 부리려 하면 어느 새 당신을 피해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내가 그를 옆에 두려하지 않음은 그의 간사함 때문이 아니라,

 

 그의 거대한 야망때문입니다.

 

 속속들이 파고들어 그의 힘이 얼마나 큰지 당신은 압니다.

 

 당신의 지혜를 나는 존경합니다. 그를 부릴 줄 아는 당신의

 

 선천적 손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의 인간을 닮은 간사함도, 거대한 야망도, 고개들 수 없게 하는.

 

 내가 그를 부릴 줄 모름을 가슴아파 말아 주십시오.

 

 내가 당신을 닮아갈 날을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나의 눈을 보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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