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청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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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0-09-12 ㅣ No.4359

추석이군요.

 

저는 오늘 아버지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저녁 9시쯤 사제관에 들어와서 옥상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까만 하늘에 덩그렇게 떠 있는 (거의) 보름달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왠지 보름달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거나, 구름에 살포시 앉아 있거나, 지붕 위에 빼꼼이 얼굴을 내보이는 달님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휘엉청 하늘에 댕그러니 붙어 있는 달을 보니 왠지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방으로 내려와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불러보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지난 여름에 갔던 캠프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즐거웠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입니다. 사진들을 보면서 혼자서 미친놈처럼 빙그레 웃었습니다.

 

자, 여러분도 한 번 보고 저처럼 웃어보시지요!

 

 

첫날, 방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입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고 웃기는지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가운데 뻐드렁니 내놓고 좋아하는 가브리엘의 모습이 천진난만 순진무구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지요?

 

이건 조금 시원한 장면인데 ....

 

 

수중 살인 배구를 하는 모습입니다.

앗! 그런데 공이? 농구공이지 않습니까!!!!

세상에 이런.....

그러고 보니 자매님들도 모두 어깨들만 모여있군요.

연약한 금호동 남자들이 불쌍합니다.

저기, 한 가운데 있는 병욱이가 지금 살아있는 것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이번에 보여드리는 것은 솔직이 공개하기 싫은 사진입니다.

 

 

body-painting 놀이였지요.

원래 이렇게 망가지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조장이 흰색 티셔츠를 입고 조원들이 삼원색과 검정색 물감으로 그 셔츠에다가 자신의 조를 표현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일종의 조를 상징하는 깃발을 만드는 셈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조원의 옷에 물감이 묻기 시작했고,

어~쭈! 어~~~쭈!

하면서 서로에게 ...............

 

저는 ’설마 나에게까지?’ 하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는데 글쎄 겁없는 꽉이 저에게 돌진을 하는게 아닙니까?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뛰었는데 폭도들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노란 옷은 서울로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버리고 왔다는 말입니다.

 

캠프는 즐겁습니다.

하지만 우리 금호동 청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캠프 하면 그냥 원없이 술이나 먹고 놀다 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캠프는 일상을 떠나서 자연을 벗삼아 우리의 삶을 재충전하는 re-creation(레크레이션: 재창조)의 시간입니다.

특별히 신앙인인 우리들에게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서 재창조가 이루어지는 시간이지요.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자야 할 시간입니다.

끝으로 우리 금호동 청년들, 지금도 열심히 하는데 지금보다 조금 더 열심히 신앙생활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일 미사 열심히 나오고, 단체 생활 즐겁게 하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삶이 베어나는 이야기들을 더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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