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신앙체험수기]초등부 6년 박종일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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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0-10-17 ㅣ No.5034

복사라는 일

 

금호동 성당 6학년 박종일 스테파노

 

 

난 성당에서 「복사」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성당에 가기 싫을 때도 많지만,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나로서는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내 마음 속 한구석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난 항상 복사를 합니다.

 

때는 4학년, 첫영성체를 하고 수녀님께서 "복사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요" 하고 말씀하시자 난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고, 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 달 동안 새벽 미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새벽미사를 드려야만 복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한 달은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TV도 못 보고, 일찍 자야되고, 일찍 일어나고…….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생활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 때야말로 진심으로 하느님을 믿었던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처음으로 복사를 서던 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그 때 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래, 하느님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 하느님과 함께라면 난 할 수 있어!’ 처음으로 제대에 인사를 하는 내 모습은 마치 천사와 같다고 할까? 예수님을 진심으로 모시고, 사랑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첫 미사는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젠 복사 서는 일이 떨리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았을 그 날. 난 너무도 자만을 한 것일까요?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옷에 걸려 미끄러져 넘어진 것입니다. 미사가 끝난 후 신부님께 혼이 많이 났습니다. 정말 신부님께서 그렇게 화내시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눈물이 글썽거렸고,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복사 안 해!"라는 말을 던지고는 울어 버렸습니다.

 

서러웠습니다. 제대 위에서 실수로 넘어진 게 무슨 죄가 되느냐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러자 엄마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복사라는 것은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네가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그런 하찮은 것이 아니라, 네가 진심으로 예수님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일이야!"

 

난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그래! 엄마 말씀이 맞아. 앞으로는 정말 복사를 열심히 해야지!’

 

그 후 2000년 8월. 난 지금 제대 위에 있다. 2년 전 그 때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지금 제대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습니다. 복사는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할 일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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