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그리스도의 향기가 있다(김영일 형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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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제 [wild306] 쪽지 캡슐

2000-06-25 ㅣ No.900

우리 주님의 도우심으로 30일간 피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피정 중에 눈에 띈 사실과 거기서 다시 되새긴 것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김영일 형제님께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형제님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피정의 집 주위는 숲으로 울타리 쳐져 있으며 오솔길도 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오솔길로 산책을 하다보면 길 주위에 사마귀들이 무엇인가 깔려 죽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곤충은 별로 눈에 뜨지 않는데 사마귀 죽은 모습만 보였습니다.

저는 사마귀의 죽은 모습을 보면 그 놈들 하는 행동이 연상이 되어 연민이 생기기는커녕 웃음이 나곤 하였습니다.

 

잔디에 앉아 묵상을 하노라면 오염이 비교적 덜한 곳이라서 그런지 메뚜기들도 많았고 베짱이들도 눈에 많이 띄였습니다. 물론 사마귀도 간간이 보였지요.

그런데 다른 곤충들은 접근하려 하거나, 이것을 눈치채지 못한 놈에게 다가가서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보기만 하려하여도 날쌔게 도망을 칩니다.

그런데 사마귀란 놈은 손가락으로 건들기도 전에 접근자를 알아보고는 억센 두 앞다리를 공격자세로 하고서는 마치 한 판 붙어 보자는 식입니다. 그 놈의 머리는 앞을 노려보면서 마치도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는 것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하여 새벽에 오솔길로 달구지나 차량들이 지나갈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마귀들은 하나같이 달구지나 차량들과 한판 붙어보려고 당당하게 폼잡다가 결국 운명을 달리 했을 겁니다..

 

교만으로 인류에게 죽음을 불러들였던 아담과 하와를 생각하였습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하느님 앞에 서면 족할 것을 사람이 하느님처럼 되고자(창세기 3.5)하는 교만이 그 본성대로 푝력을 불러들이고 그 폭력은 폭력을 낳아 자신에게 털끝만 건드려도 일흔 배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창세기 4.24)

우리 주님이 오셔서 일흔 배의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마태오 18,22)하시며 죽음의 고리를 끊어놓으려 가르치셨지만 그 분을 따르려는 그분의 형제들마저 이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음을 봅니다.

새 아담이신 주님이 성체성사를 통하여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여도 여전히 창세때의 아담과 하와의 후예를 우리 교회 안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하느님이 되려하든지 타인에게 신이 혹은 해탈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하며 속삭이고 있으며,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하여 전혀 진보적이거나 사랑이 아닌데도 진보적인 면과 사랑을 강조하며 자기의 말을 마치도 새로운 시대의 구원의 길인 것처럼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함은 지난 역사 중에 우리 교회가 신앙수호의 차원뿐만 아니라 교계제도상에서 빗어진 허물들이 있어 그럴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 허물을 앞세우며 마치도 대단한 쇄신의 길을 제시하는 것처럼 떠들지만, 혹은 정통에의 회복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사랑이나 쇄신이라는 용어는 신자들을 유혹하는 미끼로 사용되어 자신의 주장을 실현시키려 할뿐이지 다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겸손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하느님이 필요한 나약한 인간은 인간으로서, 제도상의 허울이 있더라도 교회는 교회(하느님의 백성)로서 본질을 인식하며 각자 나름에서 성령님으로부터 받는 고유한 은사를 통해 저마다 쇄신과 완덕의 길을 갈 수가 있겠습니다. 이러한 길을 묵묵히 간다 함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오직 주님과 주님을 보증하는 교회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불이 활활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낙심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 세상은 이 세상을 바쳐주고 있는 숨은 의인들의 기도와 희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숨을 수 없는 장소에서 외치는 분들도 봅니다.

하여 간혹 자기만 옳은 것같이, 그래서 마치도 사마귀의 억센 앞다리처럼 교회의 앞마당에 강력하게 발붙이려 하는 자들이 보일지라도 결국은 실패할 것입니다.

이미 사랑의 불길은 번져가고 있으며 이 불길은 주님이 오실 때까지 꺼지지 않을 겁니다.(30대 초반, 피정 때의 묵상 중에서)

 

추신

김영일 형제님

형제님과 글을 주고받으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형제님이 염려하시는, 제가 밥 먹으러 갑시다하면서 썼던  말은 제가 생각해도 잘 못된 말이라서 진작 삭제해 버렸던 말입니다. 형제님이 그 말을 하시니까, 잊혀버렸던 제 말이 다시 떠올라 매우 부끄럽습니다. 다시 용서 청합니다. 형제님의 권고의 말을 잘 새겨 다음부터는 손가락(글)단속을 잘하겠습니다. 저도 형제님을 이미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그리스도의 향기(고린토후서 2.15)가 되어서 보물이 담긴 질그릇이 되면 좋겠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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