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그녀를 만났을때

인쇄

허정애 [sabet4079] 쪽지 캡슐

2003-05-29 ㅣ No.3735

        그녀를 만났을때

 

그녀를 만났을때

이마에 물을 붓고 새로 태어났음을

희망 가득 싣고 어쩔줄 몰라하며

그렇게 다가 왔습니다.

임께 향한 감사함으로...

 

그녀를 만났을때

얼굴 가득 노오란 꽃잎을 품고

그래도 임께 향한 간절한 마음을

눈으로 말했습니다

살고 싶다고...

 

그녀를 만났을때

얼굴 가득 빠알간 장미를 토하며

마지막 몸부림으로

처절하게 물들였습니다.

살고 싶다고...

 

그녀를 만났을때

온몸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실날 같은 기운은

용트림 할 줄 몰랐습니다.

용서를 바란다고...

 

그녀를 만났을때

그렇게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임을 만나야겠다고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했습니다.

감사한다고...

 

 

어느날 병실을 들렀을때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실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때 예비자 였고 병실에서 급하게 교리를 마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50대 초반의 그녀는 하느님께 희망을 같고 열심히 기도하면 산다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만날때 마다 그냥 그렇게 손을 맞잡거나 눈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2-3개월 전까지 등산을 다니며 활기차게 살았던 삶을 나누며 끝까지 희망을 얘기

했습니다.

세례후 첫축일이라 3,000원 짜리빵에 초 한자루 켜놓고 축일 파티를 했습니다.

그녀는 너무 뜻밖이라 마냥 좋아했습니다.

너무나 고마워 하며 살면서 은혜를 갚고 싶다고.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습니다.

기운이 점점 소진되었고 정신도 깜빡였습니다.

어느날 병실을 들렀을때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인사 한마디 없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녀의 명복을 빕니다.

                              

                                        2003년 5월에 허 엘리사벳



11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