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우동 한 그릇(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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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주 [moonsong] 쪽지 캡슐

2001-12-18 ㅣ No.1902

감동과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동화(일본) 한편을 소개합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   우동 한 그릇(1) ☆☆☆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우동집으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북해정도 이날만큼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보통 때는 밤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그날만큼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10시가 넘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다.  사람은 좋지만 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 단골 손님으로부터 주인 아줌마라고 불리고 있는 그의 아내는 분주했던 하루의 답례로 임시 종업원에게 특별상여금 주머니와 선물로 국수를 돌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슬슬 문 앞의 옥호막(가게 이름이 쓰여진 막)을 거둘까 하고 있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힘없이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6세와 10세 정도의 사내들은 새로 준비한 듯한 트레이닝 복 차림이었고, 여자는 계절이 지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라고 맞이하는 주인에게, 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다.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 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네... 네... 자, 이쪽으로."   난로 곁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주방 안을 향해

 

  "우동 1인분!" 하고 소리친다.

 

  주문을 받은 주인은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예!" 하고 대답하고 나서는, 삶지 않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 덩어리를 더 넣었다.  테이블에 나온 가득 담긴 우동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먹고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있는 곳까지 희미하게 들린다.

 

  "맛있네요" 하는 형의 목소리와 함께

  "엄마도 잡수세요" 하면서 한 가닥의 국수를 집어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가는 동생.  이윽고 다 먹자 150엔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고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모자에게,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신년을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다.  지난 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끝내고,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가게를 닫으려고 할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보고, 일년 전 섣달 그믐날의 마지막 그 손님들임을 알아보았다.

 

  "저... 우동... 일인분 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우동 일인분!"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네엣! 우동 일인분"이라고 주인은 대답하면서 막 꺼버린 화덕에 불을 붙인다.

  "저 여보, 써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안돼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예요" 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둥근 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여보, 당신은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은 구석이 있구료."

 

  미소를 머금는 아내를 보면서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아진 우동을 그룻에 담는 주인.  테이블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우동을 먹기 위해 식탁을 둘러싼 세 모자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두 사람에게 들려온다.

  "아... 맛있어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먹고,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그날 수십 번 되풀이했던 인사말로 전송한다.

 

  그 다음 해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 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다.  북해정의 주인과 여주인은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은, 벽에 붙어 있는 메뉴표를 차례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표가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었다.  10시 반이 되어 가게 안에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 형이 입고 있던 잠바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색이 바랜 체크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어서 오세요!" 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한다.

  "저... 우동... 이인분 인데도... 괜찮겠죠?"

  "물론입죠... 어서어서... 자 이쪽으로" 라며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거기 있던 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감추고 카운터를 향해서 소리친다.

  "우동 이인분!" 그걸 받아, 우동 이인분!" 이라고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 속에 던져 넣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나눠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야기도 활기가 있음이 느껴졌다.  카운터 안에서, 무심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여주인과 이에 무뚝뚝한 채로 응응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이다.

  "형아야, 그리고 준아..."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구나."

  "...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실은,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만큼을 매월 5만엔씩 계속 지불하고 있었단다."

  "음... 알고 있어요" 라고 형아가 대답한다.  여주인과 주인도 꼼짝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지불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전부 지불을 끝낼 수 있었단다."

  "넷... 정말이에요? 엄마!"

  "그래, 정말이지 형아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해 주었고 준이는 장보기와 저녁준비를 매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회사로부터 특별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식사 준비는 내가 할거예요."

  "저도 신문배달, 계속 할래요.  준아! 힘을 내자!"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준이하고 나, 엄마한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요... 11월 첫째 일요일, 학교에서 준이의 수업참관을 하라고 편지가 왔었어요... 그때, 준이는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 놓고 있었지만요.  준이가 쓴 작문이 북해도 대표로 뽑혀 전국 콩쿠르에 출품 되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이 작문을 준이가 읽게 되었데요. 선생님께서, 나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작문을 쓰게 하셨는데, 준이는 ’우동 한 그룻’ 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첨부파일: 우동한그릇.hwp(3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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