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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 신학생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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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 [akiyana] 쪽지 캡슐

2000-01-31 ㅣ No.1309

 

이요한 신학생이 모 병원의 일을 도와주면서 환자분과 대화를 했다. (전문 용어는 '환자방문')

 

이요한: 안녕하세요, 오늘도 책읽어 드릴려고 왔어요.

 

000: 어서 오세요. 왜 견진 성사 공부하러 오지 않았어요?

 

이요한: (전번 방문 때 성세 성사에 대해서 읽어 드렸고 다음엔 견진 성사에 대해서

 

알아보자고 하며 방문을 마쳤었는데 그후 며칠간 들르지 않아 서운해 하셨음을 느꼈다.)

 

 미안해요. 좀 바빴어요. 오늘은 마더 데레사의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란 책을

 

읽어드릴게요.  ...  '꼭 성당 안이나 기도실에 있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기도할 수 있습니다.' .......

 

000: 내가 아프고 짜증나서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주님께 투정부리면 내 마음속에서, 이게

 

옳은 건진 모르겠지만 꼭 하느님이 "한심하게도 주제 파악을 못하고 투정부리고 있느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그러면 ", 제가 이러면 안되죠."하고 마음을 고쳐먹지.

 

이요한: 그렇게 생각하세요? (환자 분은 투정을 부리는 걸 하느님께서는 싫어하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그럼 000님이 기쁠 때 하느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시나요?

 

000: 그땐 하느님께서 꼭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그래, 그렇게 기뻐해야지. 얘야,

 

사랑한단다."라고 말이야.

 

이요한: 000님은 하느님께선 000님이 짜증이 났거나 화가 났을 때 그런 모습을 싫어하시고,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일때만 그런 모습을 좋아하신다고 생각하시나봐요.

 

000: 하느님께서 그런 분이신 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 생각으론 꼭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이요한: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000, 혹시 하느님께선 우리가 짜증내거나 화가

 

났을 때의 모습을 보고 화를 내신다기 보다 오히려 '그래, 네가 화가 나 있구나'하면서 위로해

 

주시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이것하고 저것하는 것 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게 우선이 아닐까라고 저는 그리 생각하거든요. 000, 만일

 

화가 나는 일이 생기게 되면 그 때도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투정을 부려 보세요. 그땐

 

하느님께서 화내고 있는 모습을 혼내주시는지, 아님 그런 모습을 '그래, 힘들어하는구나'라며

 

감싸주시는지 한 번 들어보세요.

 

000: 그래. 난 자꾸 하느님께서 화나 있는 나를 보면서 주제파악 좀 하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

 

그래야죠하며 단념했지. 그랬더니 그게 다른 데로 튀더군. (눈물을 글썽이며) 나는 꼭 그렇게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이요한: 우리 나라 어머니들이 보통들 그러시는 것 같아요. 뭐든지 괜히 참아야하고......

 

000:다음 번엔 기도할 때 그렇게 해볼게..... 어제 병자 성사를 받았는데 본당의 신부님께서

 

직접 이곳에 오셔서 주셨다우.

 

이요한: 병자 성사를 받으셨군요.  좋으셨나요?

 

000:, 본당의 신부님께서 직접 이곳에 오셔서 주셨어. 나 같은 걸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

 

주신 다니 정말 신부님들은 훌륭하신 분들이야. 아무리 대통령이나 높은 직위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하지만 신부님들이야말로 제일 훌륭하고 대단하지. (너무 칭찬해 주셔서 오히려

 

부끄러웠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끔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학사님은 이런 데서

 

고생하시니 어쩌노. (참고로 나는 그곳에서 대소변 치우기등 허드렛일을 했다.)

 

이요한:  (그렇게 생각하며 걱정해 주신 것이 고마웠다. 대부분은 내가 교만해질까봐 더

 

고행하기를 요구하는데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치스런 위로였다.) 아니요, 당연히 해야죠. 하지만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고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열심히 살게요.

 

000: 사람들은 말이야 신부님 부모님들을 보며 참 훌륭하다고 하는데 막상 자기네 자식들은

 

신부, 수녀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아. 호호호. 전에 어떤 주교님 어머니께선 주교님께서 모실려고

 

하니깐 피해줄까봐 꼭 따로 신다면서 노인 아파트에서 남편하고 살았다잖아..... 우리 학시님

 

부모님께서도 참 훌륭하신 분이예요.

 

이요한: (미소를 지으며) , 그렇죠. 고맙습니다.

 

000: 근데 말이야. 이렇게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은데 내 여기서 (가슴) 냄새가 나잖아. --

 

참고로 이분은 80세의 여성분으로 암덩어리가 가슴 밖으로 나와서 냄새가 납니다. ---  그래서

 

내가 알아서 이제 가시라고 말한다우.  전에 꿈을 꿨는데 성모 님께서 대추나무 가시로 내

 

가슴을 찌르는 거야. 그래서 깨어보니 가슴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더라구. 그전까지만 해도

 

가슴이 마구 아팠는데 성모님이 찌르신 후 조그만 구멍이 났다가 그게 점점 커져서 이렇게

 

됐지 뭐야. 근데 통증은 없어졌고 의사 선생님도 그게 안으로 생겼으면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하시더군. 단지 불편한 게 냄새 때문인데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왔다가도 그냥 가니깐 이젠

 

내가 알어서 보내지. 그래서 이 냄새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나. (눈물이 글성이더니 이내 흐르고

 

말았다. 그래서 휴지를 드렸다.) 그래서 하느님한테 짜증도 많이 냈었지.....

 

이요한: 그렇죠. 짜증이 많이 나죠......(더이상 말을 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XXX: 아이고, 할머니. 나 같은 사람도 이러고 살고 있는데 그것 갖고 뭘 그러슈. ( 참고로

 

이분은 대장암이 있는 분으로서, 배옆으로 만든 인공 항문을 청소하시면서 옆에서 듣고

 

있다가 한말씀 하신 것이다.)

 

000: 아이고, 그건 대변이니깐 그런 냄새는 많이 맡아봤으니깐 괜찮지만 이건 다르다고. 이게

 

더 참기 힘든거야.

 

XXX: 대변 냄새나 그 냄새나 그게 그거죠, 뭘 그래요.   

 

000: 아니, 저 환자는 옆에 있어서 내 속만 긁어.

 

XXX; 둘다 냄새 나는 사람끼리 왜그러시나. 호호호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며)  할머니가

 

주무실 때 내가 많이 부스럭거리거든. 그럴 때면 잠 좀 자자고 난리시지. 보청기라도 뗐을 땐

 

괜찮지만.

 

000: (웃으시면서) 근데 저쪽이 부스럭거릴 땐 내가 시끄럽다고 하고, 또 내가 부스럭거리면

 

저쪽에서 시끄럽다고 하고... 하여튼 그렇게 산다우. 호호호.

 

이요한: 두분이서 재밌게 사시네요. 하하하.

 

000: 냄새가 나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

 

이요한: 지금은 별로 냄새가 안나는데요,. (간호사님이 저녁 식사후 드실 약을 분배하시러

 

오신 걸 보고 저녁 식사 준비하러 가야 됨을 알았다.)

 

이요한: 벌써 식사 시간이 됐네요.

 

000: 가서 식사 못하시는 분들 도와 드려야 겠네?

 

이요한: 저녁 식사 맛있게 드세요. 다음에 또 읽어 드리러 올게요.

 

000: 그래요. 수고했어요.

 

XXX: 이름이 뭐죠?

 

이요한 : @&  사도 요한 이요. 절 위해 기도해 주실려구요?

 

XXX: 그래야죠. 다음에 또 와요.

 

이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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