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비겁한 정부-파업에 대처하는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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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 [daram77] 쪽지 캡슐

2000-07-02 ㅣ No.927

어제 롯데호텔 파업관련 뉴스보도를 보았습니다.  진압전경들이, 대항할 의지도 없는 힘없는 노동자들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진압봉과 군화발로 폭행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며 폐업을 할 때에는 '바보인 척'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정부는,  이제 자신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노동자들에게,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그 노동자들에게 마음놓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결사의 자유는 어디로 갔습니까. 노동자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말고 쥐죽은 듯이 일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의사들의 폐업 때에 폭력을 휘둘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강한 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면서, 약한 자 앞에서는 더할 수 없이 강해지는 정부의 공권력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한 기자가 '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군요; 우리가 언제 의사들에게 약하게 대응했느냐. 우리는 불법으로 파업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마인드입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성취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정부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기존 사회의 질서를 흔들어 놓는 일체의 기도를 원천봉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정부입니다.  국민을 살리는 정부가 아니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부가 아니고,  '최소한의 변화'마저도 최대한으로 거부하기 위해 고여있는 물이고자 하는, 그런 정부입니다...

IMF이후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상륙한 신자유주의의 열풍.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에 인위적인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그들의 의견은,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그들의 의견은,  경제부문에만 제한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인간의 행동양식에도 적용되는 것입니까.  금리가 오르면 저축은 늘고 통화량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원리' 이고 '되어가는' 양식이듯이,  노동자들이 경제논리에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면 서로 뭉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도 '당연한' 현상입니다.  왜 경제의 논리에는 개입을 원하지 않으면서,  그에 대응하여 발생하는 인간의 당연한 감정의 변화나 행동의 양식에는 개입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애초에 사회가 발생하고 국가가 발생한 것은 상호간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  왜 우리의 사회는 일방적으로 기득권층의 권익만을 옹호해주어야 합니까.

모든 것에서 손을 떼는,  야경국가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의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고,  사회라는 구조를 통하여 고통받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힘없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뭉칠 때에는,  그들의 당연한 권리로서 그것을 옹호해 주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당하게 뭉칠 수 있는가'를 교육시켜주어야 합니다.  완전한 평등이라는,  이루어질 수도 없고 다양성의 가치에도 어긋나는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민중의 아편'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회를 국가가 제시해 주기를,  국가가 이끌어 주기를 바랍니다.

롯데 호텔이 파업한다고 해서 누가 생명의 위협을 느낍니까.  

질서라는 명목으로 약한 자를 탄압하는 국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국가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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