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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kimtw] 쪽지 캡슐

2000-02-21 ㅣ No.537

찬미예수+

저는 서울 중랑구 묵동본당의 보통 신자입니다.

어제(20일) 주일미사에 갔다가 너무나 뜻밖의 소식을 듣고 놀랍고 분하여 이 글을 씁니다.

우리 본당의 보좌 신부님인 조 유관 베드로신부님께서 몇몇 신자들의 투서에 의해 갑작스레

다른 본당으로 가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희 본당에서는  벌써 다섯분의 신부님이 신자들의 투서에 의해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시고 다른 곳으로 가셨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졌고, 한동안 몹씨 분개하다 말고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사제생활을 하시는 분들께 위로와 격려는 못드릴망정 이렇게 번번히 상처만 입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일부 신자들의 투서에 의해 신부님들이 갑작스레 이동하신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의욕적이고 열정적으로 게으른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독려하시는 신부님이 왜 투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투서의 진위를 얼마나 가려보았는지, 이렇게 대다수의 평범한 신자들에게 실망과 놀라움을 안겨주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투서하는 신자들의 의견을 들어주었다면 그 반대의견을 가진 신자들의 얘기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 이런 생각들을 어디에 얘기해야 하는지 알고싶어서 서울교구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무처에서는 평신도 사목국으로, 평신도 사목국에서는 사목담당연구원으로, 사목담당연구원에서는 다시 사무처로 전화를 하라고 하며 자신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만 하더군요. 마치 제가 어느 정부관서에 민원해결을 호소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 주소를 물어 이 글을 씁니다.

 

어제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때 저는 이젠 이 성당을 그만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 모함하고 투서질하는 세상인심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성당을 다녔는데

그 혼탁한 세상과 똑같은 꼴들이나 구경할 바에야 무엇하러 신앙생활을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상처받고 떠나신 신부님들을 생각하며 미사시간 내내 눈물이 나는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의 우리 보좌신부님은 먼저 신부님들보다 훨씬 젊으신 분인데, 혹시 이번 일로 해서 사제생활에 회의를 느끼시면 어쩌나 걱정스러웠고, 이런 일로 인해 저 왕성한 사목의욕이 꺾이시면 어쩌나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보좌신부님이 꼭 이런 일로 떠나셔야 하는지...

보좌 신부님보다 훨씬 더 세상을 많이 산 신자들이,  젊은 신부님을 격려하고 지켜드려야 할 신자들이 이런 행태를 보여드려야 하는건지, 생각할 수록 안타깝고 슬픈일입니다.

이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순명해야겠지만, 하느님의 뜻을 빌미삼아 우리가 너무 침묵하고 살기만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이렇게 글을 띄워봅니다.-김 프란치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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